ㆍ‘밀레니엄 베이비’ 최초 프로야구 선발 등판 앞둔 한화 김진욱
한화의 고졸 신인 투수 김진욱(18)은 ‘밀레니엄 베이비’다. 2000년 1월에 태어나 강백호(KT)·곽빈(두산) 등 1999년생과 함께 학교를 다녔다. 지난 25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화-KIA 경기를 앞두고 더그아웃에서 만난 김진욱은 영락없는 열여덟 소년이었다. 176㎝에 79㎏, 프로야구 선수치고는 크지 않은 몸을 쑥스러운 듯 연신 배배 꼬았다.
하지만 김진욱은 마운드에 서면 시속 150㎞ 속구를 과감히 뿌리는 파이터가 된다. 1군 경기에 중간계투로 두 차례 나와 빠른 공을 씩씩하게 던져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한화 한용덕 감독도 “볼끝과 탄력이 좋아 시원시원하게 던진다. 파이팅도 있다”며 김진욱을 칭찬했다. 김진욱도 “전부터 ‘싸움닭’ 기질이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사실 김진욱은 일찍이 주목받던 선수는 아니었다. 수원 유신고 재학 시절 김진욱의 직구 구속은 평균 130㎞대 후반. 최고구속은 143㎞ 수준이었다. 프로 유니폼을 입긴 했지만 그의 지명 순서는 2차 10라운드, 전체 94번째였다. 그러나 김진욱은 스프링캠프 기간에 최고구속을 8㎞ 정도 늘리며 달라졌다. 김진욱은 “고등학교 때는 구속을 올리려고 무리하다 어깨가 아파 그만두는 일이 반복됐다”면서 “프로에 와 체계적인 훈련을 받으니 구속이 올랐다”고 말했다. 2군 5경기에 나가 7이닝 동안 2점만 내줬고, 삼진은 10개나 잡아냈다.
두 차례 1군 등판에서는 천국과 지옥을 맛봤다. 데뷔전인 지난 20일 대전 넥센전에서는 1이닝을 퍼펙트로 막았지만, 이틀 뒤에는 5회초 1사 1·3루 상황에서 등판해 2.2이닝 2실점했다. 앞선 승계주자 2명에게 홈을 허용했고, 송구 실책도 하나 저질렀다. 김진욱은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처음 나와 급하게 투구하다 실투를 했다”며 “매 순간 배워 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 와중에도 김진욱은 ‘변화’와 ‘공격적인 피칭’을 중시하는 한용덕 감독의 눈에 들었다. 한 감독은 “베테랑들이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으니 젊은 선수에게 경험을 주는 게 나을 것 같았다”며 김진욱에게 선발 등판 기회를 주기로 했다. 예정대로라면 오는 29일 사직 롯데전에서 김진욱은 프로야구 사상 첫 ‘2000년생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다.
다가올 첫 선발 등판에 맞춰 몸을 만들고 있지만 김진욱의 꿈은 한국 최고의 마무리투수다. 김진욱은 “고등학교 때부터 프로에서 마무리로 뛰고 싶다는 상상을 해왔다”며 “오승환 선배를 존경해왔다”고 했다. 어려서부터 지닌 파이터 기질에 프로에서 늘어난 빠른 구속은 마무리의 필수 덕목이다. 빠른 볼을 지닌 우완 정통파인 룸메이트 박상원 등 선배들로부터 요즘 프로 선수가 익혀야 할 몸관리 요령을 배우고 있다. 김진욱은 “마운드에서 공 던지는 것보다 인터뷰가 더 떨린다”며 빙긋 웃다가도 “오는 롯데전에서 이대호 선배를 상대로 빠른 공으로 승부해보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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