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한화-KIA전 9회초. 양 팀이 2-2로 맞선 가운데 1사후 한화의 5번 김태균(36)이 타석에 들어섰다. 150㎞에 가까운 빠른 공을 앞세운 KIA 마무리 김세현이 4번 제라드 호잉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였다.
하지만 김태균은 김세현의 초구를 받아쳐 우중월 담장 위를 맞추는 큰 타구를 만들었다. 김세현의 주무기인 시속 146㎞ 속구를 공략했다. 앞선 세 타석에서 뜬공 하나, 내야 땅볼 2개로 물러났던 김태균의 유일한 안타였다. 하지만 이 안타는 갚졌다. 김태균의 대주자 이동훈이 이성열의 결승 적시타 때 홈을 밟았고, 한화가 3-2로 이겨 5연패를 끊었기 때문이다.
김태균 개인에게도 중요한 안타였다. 손목 부상으로 4월 보름 가까이를 쉰 김태균은 지난 19일부터 1군 경기에 나서 거의 매경기 안타를 쳤다. 하지만 이날 전까지 2루타 이상의 장타는 하나도 없었다. 한용덕 감독이 김태균에게 부담을 줄이겠다며 6번 타순에 배치하는 동안 ‘교타자’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가 더 크게 다가왔다. 그러나 부상 복귀 후 첫 5번타순에 나서 친 첫 장타가 팀의 결승 득점까지 이어져 부담을 조금 덜었다. 한 감독도 경기 후 “김태균 등 베테랑들이 중요한 순간에 제 역할을 잘 해줘서 이겼다”며 김태균을 칭찬했다.
이제 김태균의 눈은 롯데 이대호(36)를 향해 있다. 동갑내기 거포 이대호 역시 기대만큼의 활약을 하지 못해 질타를 면치 못했다. 이대호는 부상 없이 4번 타순을 지켜왔지만, 기대만큼 활약을 하지 못해 ‘김태균처럼 타순을 내려야 하는게 아니냐’는 소리까지 들었다. 시즌 전 상위권으로 평가받았던 팀이 꼴찌에 머무르자 리그 최고 연봉자 이대호를 향한 시선은 더 따가웠다.
하지만 이대호는 극복해냈다. 지난주 22타수 16안타(타율 0.727), 6홈런·13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이어진 KT와의 2경기에서도 5타수 2안타, 5타수 3안타를 쳐내 9경기 연속 멀티안타 경기(2안타 이상)도 이어갔다. 깊은 침체에 빠졌던 소속팀 롯데도 개막 한 달만에 꼴찌에서 벗어났다.
김태균도 이대호같은 반전을 노린다. 공교롭게도 김태균이 부상에서 복귀함과 동시에 한화가 5연패에 빠져 시즌 순위가 3위에서 7위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25일의 활약으로 팀의 연패 탈출에 일조하며 팀에게도, 스스로에게도 반전의 기회를 마련했다. 한용덕 감독도 “김태균의 장타가 더 많이 나와줘야 한다”며 “침체에 빠진 팀들도 금방 살아났다. 곧 김태균의 장타도 나오지 않겠냐”고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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