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유가 널뛰는데 원유 관련 상장지수펀드·증권 가입 원금 ‘반토막’
ㆍ서부텍사스산원유 6월물 폭락 ‘레버리지 ETN’ 원금 날릴 위기
ㆍ변동성 큰 증시 선물도 대금 몰려…금융당국 잇단 경고 메시지
‘개미 투자자’인 회사원 김모씨(44)는 지난 21일 원유 관련 금융상품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주식시장 마감 즈음에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가격에 따라 움직이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주당 5655원에 매수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다음날 유가가 급락하면서 ETF 가격은 3960원으로 떨어졌다. 23일 유가가 반등해도 손실은 메워지지 않았다. 해당 ETF의 시장가격과 순자산가치 간 차이(괴리율)가 32.24%까지 오르자 한국거래소가 이를 ‘단일가매매 대상 종목’으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단일가매매는 가격 과열을 막기 위해 시장의 호가를 모아 30분 단위로 가격을 결정하는 조치다. 이에 따라 해당 ETF의 가격 상승폭은 원유 가격보다 작아지게 된다. 김씨는 “큰 금액을 투자한 것은 아니지만 ETF를 사고 난 뒤에야 장기 보유할 상품이 아니란 걸 알았다. 손절했어야 했다”며 쓴입을 다셨다.
‘언젠가 유가가 정상화된다’는 기대감에 유가 관련 지수를 추종하는 ETF와 상장지수증권(ETN)에 투자자들이 대거 몰렸지만 유가가 널뛰면서 손실이 커지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6월 인도분의 배럴당 가격이 11.57달러로 전날에 비해 43.4% 폭락하면서 가격 변동폭의 2배만큼 투자 손익이 발생하는 ‘레버리지 ETN’ 투자자들은 원금 대부분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다음날엔 반대로 유가가 13.87달러로 19.1% 뛰면서 이번엔 유가가 떨어질수록 수익을 내는 ‘인버스’ ETF·ETN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게 생겼다.
특히 ‘레버리지 인버스’ 상품은 유가가 50% 이상 급등하면 투자 원금을 전부 잃을 수 있다. 실제로 ‘삼성 인버스 2X WTI 원유 선물 ETN’ 가격은 지난 22일 2만1685원에서 다음날 1만3045원으로 거의 반토막이 났다.
이 같은 ‘투기성’ 레버리지 상품은 유가뿐만이 아니다. 증시 레버리지 상품에도 자금이 쏠리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다시 하락할 것’이라는 데 돈을 건 인버스 ETF 가운데 대표상품인 ‘KODEX 200선물인버스2X’는 일일 거래대금이 지난 2월3일 약 5538억원에서 지난 22일에는 1조6972억원으로 3배 가까이 뛰었다. 하지만 향후 주식시장 흐름을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에서도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당국의 조치가 시행된다면 김씨처럼 손실을 되돌리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투자자와 금융사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3일 ‘코로나19 대응 기업 지원을 위한 금융권 간담회’에서 “아직 경제 및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인데도 최근 고위험·고수익 금융상품 판매가 다시 증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금융시장이 초기 공포에서 벗어났다고 고객들을 고위험 상품으로 인도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손 부위원장은 투자자들에게도 금융시장 상황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냉정하게 투자 판단을 해 달라”고 주문했다.
금융감독원도 이날 WTI 선물 연계 ETF·ETN 관련 ‘위험’ 수위의 소비자경보를 또다시 발령했다. 지난 9일 금감원의 1차 경보 당시 ETN의 괴리율(35.6~95.4%)은 전날 최대 1044.0%까지 커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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