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고우석.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올 시즌 팀이 기록할 끝내기 패배는 내가 다 당하자고 마음 먹었죠.”
LG 고우석(21)은 지난 21일 잠실 키움전에서 프로 첫 세이브를 기록했지만 그보다 앞선 12경기에서 이미 2패를 안고 있었다. 지난달 28일 문학 SK전에서 9회말 끝내기 2점 홈런을 맞았고, 정확히 일주일 뒤인 지난 4일에는 대전 한화전에서 정은원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았다. 두번의 패배가 모두 끝내기 패배였다.
고우석은 그럼에도 흔들리지 않고 더욱 단단해졌다. 지난 20일 잠실 키움전에서 시속 155㎞에 달하는 빠른 공을 뿌렸다. 팀 마무리 정찬헌이 허리 디스크 증세로 1군에서 빠진 지난 21일에는 9회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LG의 5-3 승리를 지켰다. 선두타자에게 안타를 내주긴 했지만 다음 세 타자들을 모두 범타처리하며 경기를 깔끔하게 막았다. 시속 150㎞대의 광속구는 여전했다.
이날 경기 전 류중일 LG 감독은 “고우석, 정우영, 신정락 등을 상황에 맞게 마무리로 올리겠다”고 했지만 고우석이 ‘임시 마무리 1순위’로 낙점된 듯 했다. 경기 후 만난 고우석은 “이날 경기 중후반 투입을 염두에 두고 평소처럼 몸을 풀었는데, 경헌호 코치님이 ‘마무리니까 경기 후반부에 몸을 풀라’고 말씀하셨다”며 “최일언 코치님도, 형들도 ‘네가 이제 마무리’라고 하시길래 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다. 경기가 시작된 뒤에야 마무리 대기가 진짜라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그만큼 LG 코칭스태프가 더욱 단단해진 고우석을 신뢰하는 것 같았다. 고우석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마운드에 올라가면 생각이 많았는데, 올 시즌을 포수 사인보고 바로바로, 빠른 템포로 공을 던지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지난해까지만 해도 마운드에서 불안감을 느낄 때 자잘한 동작들이 나오곤 했는데, 이제는 ‘힘 빼고, 내 공을 믿고 던지자’고 마음 먹으며 투구한다”고 말했다. 올해 합류한 최일언 투수코치의 영향도 받았다. 고우석은 “캠프 때부터 캐치볼만 하고 있어도 코치님이 ‘좋아 보인다’ ‘밸런스가 좋다’ 등 좋은 말들을 많이 해주셨다”며 “또 다양한 그립도 알려주셨다. 많은 도움을 주신 덕에 자신감도 많이 생겼다”고 했다.
그 자신감을 유지하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게 고우석의 남은 시즌 목표이기도 하다. “끝내기 패배는 모두 내가 당하겠다”는 말은 곧 언젠가 다가올 블론세이브를 두려워하지 않겠다는 각오이기도 했다. 고우석은 “더 좋은 모습을 보여야겠다고 마음 먹으면 마운드에서 힘이 들어가고 좋은 공이 안나온다”며 “지금의 임시 마무리가 제게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안드는 건 아니지만, 그냥 평소 ‘하던대로’ 준비하고 던지면서 제 역할 충실히 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LG 고우석이 지난 21일 잠실 키움전에서 데뷔 첫 세이브를 기록한 뒤 취재진에게 기념 공을 들어보이고 있다. 잠실 | 윤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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