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잠실야구장에서 인터뷰한 키움 이승호. 잠실 | 윤승민 기자
5이닝 6안타 3실점. 지난해 키움 좌완 이승호(20)가 선발등판해 이 성적을 냈다면 큰 주목을 받았을지 모른다. 지난해 이승호가 32경기(4선발) 출전하면서 낸 최고의 성적은 5.2이닝 3안타 2실점이었다.
이승호는 올해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하며 자신의 최고기록을 모두 새로 쓰고 있다. 5번 선발등판하면서 지난해 정규시즌의 기록을 이미 넘어섰다. 첫 네차례 등판에선 모두 6이닝 이상(7이닝 2회) 투구하면서 자책점을 3점 이하로 내주며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다. 지난 20일 자신의 올해 5번째 선발등판 경기인 잠실 LG전에서 거둔 ‘5이닝 6안타 3실점’은 올 시즌만 놓고 보면 가장 나쁜 기록이다.
지난 21일 잠실야구장에서 만난 이승호는 “저번 등판의 피로가 아직 완전히 풀리지 않았던 것 같다”며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이승호는 4월 둘째주 주중 첫 경기인 9일 고척 KT전과 주말 마지막 경기인 14일 고척 한화전에 잇달아 선발로 나섰다. 올 시즌 처음 5일 간격으로 선발 등판을 하다보니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은 듯 했다. 5일 간격 선발 등판은 지난해에도 한차례 있었지만 팀의 포스트시즌 성적이 거의 확정된 상황에서 임시 선발로 나섰던 지난해와 올해의 부담감이 같을 수는 없었다.
이승호는 “컨디션 조절을 제대로 못한 탓이 크다. 1회는 나쁘지 않았는데, 2회 갑자기 힘이 빠지고 컨트롤이 안됐다”며 “또 상황에 맞춰 효과적인 투구를 하지 못한 탓도 있다”고 경기를 돌아봤다. 이승호가 이날 내준 안타 6개 중 4개와 실점 3점 전부가 모두 2회에 나왔다. 이승호는 “사실 6회까지 던져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고픈 마음도 있었지만, 투구수가 99개인 걸 확인하고 미련을 버렸다”며 “한 경기 무리해서 시즌을 망치는 것보다 시즌을 길게 보는 게 필요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키움 이승호가 지난 2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LG전에 선발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키움히어로즈 제공
그럼에도 올해 이승호의 활약은 높이 평가받을만 하다. 지난해 이맘 때만 해도, 포스트시즌에 깜짝 선발로 등장했을 때도 이승호가 이렇게 안정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에 안착하리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장정석 키움 감독조차도 “이승호를 비롯한 젊은 선수들로 선발진을 채우게 돼 걱정은 했었다. 지금은 보란듯이 잘하고 있어 다행”이라며 “지난해 가을야구를 경험한 뒤 이승호가 많이 성장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승호는 “스프링캠프 전후로 체력을 많이 키웠고 슬라이더 등 변화구를 다듬은 게 올 시즌 효과를 많이 본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좌타자를 상대할 뚜렷한 무기가 없었던 이승호는 올 시즌 좌타자를 상대로 슬라이더 비율을 30%까지 늘려 좋은 결과를 냈다. 선의의 라이벌일 수 있는 최원태, 안우진과 함께 로테이션을 구성하면서는 모르는 것도 많이 배워가고 있다.
이승호는 “두 투수는 저보다 더 뛰어난 투수들이다. 경쟁심을 느낀다기보다는 많은걸 묻고 배우려고 한다”며 “특히 (최)원태 형은 본인이 저와 비슷한 시기에 먼저 거쳤던 경험을 많이 얘기해준다. 어제는 오주원 선배가 ‘체력적으로 지칠 때 어떻게 이겨내야하는지’도 알려주셨다”고 했다. 큰 경기의 경험치를 통해 한뼘 자란 이승호는, 시즌을 치르면서도 매일 묻고 듣고 배우며 더 큰 투수가 될 채비를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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