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심수창. 연합뉴스
올 시즌 두산 유니폼을 갈아입은 베테랑 투수 배영수(38)는 전성기 때 버금가는 입지를 팀 내에서 다진 것은 아니지만 두산 불펜진에 힘이 되고 있다. 점수차가 크다는 것만으로는 콜드게임이 성립되지 않는 프로야구에서 승부가 결정된 상황에선 누군가 던져야 하는데, 두산에서는 배영수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배영수는 지난 21일 광주 KIA전에서 두산이 9-1로 크게 앞선 9회말 마운드에 올랐다. 2루타를 하나 맞고 희생플라이를 내줘 1실점했지만 네 타자를 상대해 1이닝을 마무리지었다. 지난 5일 잠실 NC전에서는 선발 이용찬이 4이닝 5실점으로 부진해 물러나자 두번째 투수로 등판해 4이닝을 책임졌다. 우승권 전력이라는 평가에 비해 무게감이 조금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던 두산 불펜은 빛나지 않는 자리에서 제 몫을 하는 배영수의 존재로 힘을 얻고 있다.
배영수와 권혁(36)을 오프시즌 영입한 두산과 마찬가지로 LG도 심수창(38)·장원삼(36)을 나란히 데려왔다. LG 역시 두 베테랑이 젊은 투수들의 정신적인 지주이면서 불펜에도 힘을 보태줄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LG가 초반 팀 불펜 평균자책 1위(2.10)에 오르면서 두 투수가 설 자리가 없었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선발 임찬규가 지난 13일 잠실 두산전 도중 발가락에 실금이 가는 부상을 입고 이튿날 엔트리에서 빠졌다. 그 빈 자리를 앞서 1군에 올라와 있던 김대현이 대신했지만 불펜에 자리가 하나 비었다. 퓨처스 3경기에서 10.2이닝을 던지는 동안 자책점이 없던 심수창이 지난 19일 1군에 합류했다. 이어 지난 20일 잠실 키움전을 마치고 마무리 정찬헌의 허리 디스크가 악화되자, LG는 퓨처스에서 투구이닝을 늘려가던 장원삼을 다음날 급하게 불러올렸다.
두 투수가 비어있는 선발·마무리 자리를 해결해줄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두 투수가 배영수처럼, 승부가 갈린 경기에서 긴 이닝을 책임져준다면 LG 마운드는 당장 찾아온 고비를 보다 쉽게 넘길 수 있다. 마무리 정찬헌이 빠진 상황에서 고우석을 비롯해 정우영·신정락 등 필승조들의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 당장 심수창이 1군 등록 당일인 19일 잠실 키움전에서 3-9로 크게 뒤진 상황에 마운드에 올라 4이닝을 던졌다. 그 덕에 LG는 주력 불펜투수들에게 휴식을 줄 수 있었고, 이틀 뒤인 21일 정우영·고우석 등이 박빙의 상황에 등판해 1이닝씩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
롱릴리프 이상의 쓰임새도 기대해볼 수 있다. 선발 임찬규의 복귀 시점이 아직은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두 베테랑이 임시 선발로 기용될 수도 있다. 두 투수는 시즌 전부터 불펜과 선발 등 다양한 출전 상황을 염두에 두고 몸을 만들어왔다. 전성기 때의 기량은 아니더라도 산전수전 겪어온 경험은 위기를 헤쳐나가는 바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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