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타일러 윌슨이 2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키움전에 선발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LG트윈스 제공

0점대 평균자책을 기록하고도 팀 타선과 불펜의 지원을 받지 못해 승수를 챙기지 못하던 LG 에이스 타일러 윌슨(30)이 모처럼 웃었다.

윌슨은 2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키움전에 선발등판해 6이닝 5안타 3실점(2자책)으로 팀의 5-3 승리를 이끌고 시즌 3승째를 거뒀다. 지난달 29일 잠실 롯데전 이후 23일만에 선발승을 추가했다.

윌슨은 직전 등판인 지난 14일 창원 NC전까지 25이닝 연속 비자책 행진을 이어갈 정도로 쾌조의 투구를 선보였다. 평균자책은 0.26에 달했다. 그러나 좀처럼 승리와 연을 맺지 못했다. 지난해 평균자책 2위(3.07)에 오르고도 10승을 거두지 못했던, ‘윌크라이’란 별명으로 대표되는 박한 승운이 올해도 계속되는 듯 했다.

그러나 3주 넘게 쌓지 못한 선발승은 윌슨이 올 시즌 가장 적은 이닝, 많은 자책점을 내준 경기에서 찾아왔다. 3-3으로 맞선 6회말 LG는 2사 1·2루 상황에서 이천웅이 중전 적시타를 치며 리드를 잡았고, 그 점수가 결승점이 되며 6회초 수비를 마친 윌슨에게 승리투수 요건이 돌아갔다.

윌슨이 내려간 뒤에도 팀 동료들의 지원은 계속됐다. 윌슨의 선발승을 날렸던 불펜투수들이 모처럼 힘을 냈다. 평소 앓았던 허리디스크가 도진 LG 마무리 정찬헌이 이날 1군에서 제외됐지만, 7회 진해수-8회 정우영-9회 고우석이 차례로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그 사이 타자들이 추가점을 뽑았다. 8회말 선두타자 유강남이 우중간 2루타로 출루했고, 이어진 1사 3루에서 김용의가 전진수비한 내야진을 뚫는 우전 적시타로 한 점을 더 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날 경기의 투구가 앞선 투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빛나긴 했지만, 윌슨의 투구도 나무랄 데 없었다. 최고 시속 146㎞에 이른 속구는 키움 타자들과의 힘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 5회 1사 만루를 허용한 뒤 이정후에게 2타점 적시타를 내줘 연속이닝 비자책 행진도 29.1이닝에서 끝났지만, 직후 키움의 강타자 김하성에게 3루 땅볼을 유도해 선행주자를 잡아내고 박병호에겐 높은 코스 패스트볼을 던져 헛스윙 삼진을 끌어내는 등 위기관리능력도 과시했다. 평균자책은 0.66으로 올랐지만 여전히 이 부문 선두를 유지했다.

윌슨은 경기 후 “오늘 컨디션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포수 유강남을 비롯한 수비수들, 불펜 투수들이 모두 잘해줘 승리할 수 있었다. 이들에게 감사한다”며 “경기장을 찾아 준 팬들은 나에게 동기를 부여해준다. 열광적인 응원에 또한 감사한다”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잠실|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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