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2019 SK핸드볼코리아리그 지도상을 수상한 두산 윤경신 감독(오른쪽). 대한핸드볼협회 제공

“정의경에게 ‘왜 전승 우승을 공약으로 걸었느냐’고 따지고 싶었다.”

남자 핸드볼 두산을 2018~2019 코리아리그 전승 통합우승으로 이끈 윤경신 감독은 지난해 10월말 열린 미디어데이 때를 떠올렸다. 두산은 남자 핸드볼 최강팀으로 불리지만, 정의경이 그 자리에서 ‘전승 우승’을 목표로 내걸었을 때 적잖은 관계자들이 깜짝 놀랐다.

정의경이 입을 뗀 순간 윤 감독은 당황했다고 했다. 그 어떤 종목이든 최강팀이라도 20여경기를 모두 이기는 게 쉬운 일은 아닐뿐더러, 윤 감독도 2015시즌을 앞두고 두산의 전승 우승을 공약으로 걸었다가 리그 첫 경기에 패하며 체면을 구긴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산은 정규리그 20경기에 이어 챔프전 1·2차전을 모두 이겨 위업을 달성했다. 21일 서울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2차전에서 SK호크스를 꺾고 통합우승을 확정한 뒤 기자들과 만난 윤 감독은 “선수들이 직접 큰 목표를 밝히는 게 부담스럽긴 했지만, 그만큼 훈련을 많이 했고 또 자신이 있어서 전승 우승을 얘기한 것 같다”고 공을 돌렸다.

정의경도 “올해 선수들이 연습하는 것을 보니 팀 내에서도 자신감이 더욱 생겨났다”고 돌아봤다. 정의경은 “미디어데이를 앞두고 감독님께 ‘전승 우승’을 공약으로 내겠다고 했는데 감독님이 결국 말리셨다”면서도 “자신감이 너무 넘쳐서 입밖에 냈다. 선수들이 시즌을 치르면서 힘들어했지만 업적을 이뤄내 어느 때보다 기쁘다”고 말했다. 정의경은 정규리그에 이어 챔프전까지 최우수선수(MVP)에 오르며 전승 통합우승의 일등 공신이 됐다.

실제로도 전승 우승은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두산은 정규리그 20경기 중 15번째 경기를 마쳤을 때 남은 경기를 모두 져도 정규리그 우승을 달성하는 상황을 만들어냈다. 윤경신 감독은 “그 직후가 힘들었다. 정규리그 17차전, 18차전이 1~2점차 박빙 승부였다”며 “챔프전 2경기도 쉽지 않았지만 그 때가 더 어려웠다. 어쩌면 목표 의식도 옅어지고 연습량도 그 때 좀 줄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선수들이 고비를 극복하고 이겨내줘서 대기록을 달성한 것 같다”며 “전승 공약이 부담감도 있긴 했지만 큰 목표를 정했기에 저도 앞만 보고 달려갈 수 있었다”고 했다.

다시금 두산이 남자 핸드볼 최정상 팀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시즌을 보냈지만, 윤 감독은 “앓는 소리가 아니라, 다음 시즌은 힘들 것 같다”며 스스로를 낮췄다. 윤 감독은 “라이벌 SK도 전력이 많이 좋아진데다 젊다. 다른 팀들도 좋은 성적들을 냈다”면서도 “전승 우승에 연연하기 보다는 다시 한번 통합 우승을 차지하는 게 현재로서는 최고의 목표”라며 각오를 다졌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