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최재훈. 한화이글스 제공
두산의 백업포수에서 한화의 주전 안방마님으로 거듭난 최재훈(30)을 보는 것은 이제 낯설지 않다. 하지만 그가 시즌 초반 타격 지표 상위권에 위치한 모습은 낯설다. 최재훈은 100경기를 넘게 뛴 지난 두 시즌 타율이 0.257(2017년), 0.262(2018년)에 그쳤다.
21타수 9안타, 타율 0.429. 최재훈의 타율은 지난 1일 현재 리그에서 두번째로 높다. 고작 8경기만에 올린 고타율이 시즌 내내 유지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타격에 대한 기대치가 높지 않았던 포수가 시즌 초반 맹타를 휘두르는 건 눈에 띄는 일이다.
올 시즌 최재훈은 팀이 치른 8경기에 모두 출전해 7경기에서 안타를 때렸다. 안타가 없던 지난달 30일 대전 NC전에는 볼넷을 3번 골라 두 번 홈을 밟았다. 이어진 31일 경기에는 시즌 처음 주전 마스크를 지성준에게 양보했지만 최재훈은 대수비로 출전한 뒤 자신의 시즌 첫 홈런까지 기록했다.
이날 경기 전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만난 최재훈은 “지난해 말부터 올 시즌을 어떻게 보낼지 구상해왔다”며 “캠프 때 약점을 많이 보완하겠다는 생각으로 훈련했고, 타석에서는 나쁜 공을 잘 골라내고 출루하겠다는 마음으로 들어갔는데 결과가 좋았다”고 말했다. 사실 최재훈은 지난해 양의지(NC) 처럼 장타생산까지 능한 포수를 목표로 삼고 시즌에 돌입했지만 전반기 타율이 0.231에 그치며 마음고생이 심했다. 최재훈은 “장타 생각이 많아지니 뜻대로 안됐다. 오히려 힘을 빼고 타격하면서 좋은 타구가 나왔다”고 했다.
한화 최재훈은 지난달 3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만난 자리에서 포수로서의 책임감을 강조했다. 대전 | 윤승민 기자
방망이는 활기를 되찾았지만, 최재훈의 표정은 마냥 밝지만은 않다. 시즌 초반 외인 원투펀치의 뒤를 받쳐야 할 토종 선발들이 아쉬운 모습을 보였고, 그것이 주전 포수인 자신의 책임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한화 개막 선발 로테이션에 들었던 김재영과 김성훈이 각각 부상과 부진으로 2군에 내려갔다. 한화는 급히 로테이션을 변경했다. 최재훈은 “그 친구들에게 시즌 전에 ‘잘 도와주겠다’고 약속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마음을 전했다”고 했다.
몇 년 전과 달리 ‘투수의 호투에 포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이야기가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최재훈은 “투수의 호투를 결정하는 건 투수의 제구라고 하지만, 제구가 안좋은 투수를 다잡아줘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는 게 포수의 역할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산에 이어 한화에서도 스승으로 모시는 강인권 배터리코치와 두산에서 오래 한솥밥을 먹은 양의지에게 많은 것들을 묻고 배우면서 그는 포수로써 느끼는 부담감을 당연히 받아들이게 됐다.
그 때문에 그는 타자로서의 목표는 두지 않는 대신 포수로서의 목표를 두고 있다. 바로 ‘투수들이 신뢰할 수 있는 포수가 되는 것’과 ‘선발 10승 투수를 만드는 것’. 한화는 류헌진이 미국으로 진출한 2013년 이래 토종 10승 투수가 2015년 안영명(10승6패) 외에는 없었다. 최재훈은 “포수가 좋으면 10승 투수는 당연히 나오게 마련이라 생각한다”며 “투수진을 잘 이끌어 올해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할뿐 아니라 가을에도 팀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게 돕고 싶다”는 포부를 함께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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