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당 144경기를 치러야 하는 KBO리그 정규시즌은 종종 마라톤에 비유된다. 시즌 내내 벌어지는 홈런왕 경쟁도 마찬가지다. 올시즌 초반 홈런왕 레이스는 마라톤을 더 닮았다. 경주 초반 선두권 주자들이 무리지어 달리는 마라톤처럼, 유난히 늘어난 홈런 탓에 홈런 부문 선두권에 정말 많은 타자들이 분포했다.
KBO리그 10개팀이 20경기 안팎을 치렀다. 마라톤으로 치면 팀들도 선수들도 5㎞ 지점을 막 지난 가운데, 올해 홈런 레이스에서 우승을 노리는 주자들이 눈에 들어온다. 지난 17일 실시간으로 벌어진 홈런 선두 경쟁은 진짜 홈런 경쟁의 서막을 알렸다. 경기 전까지 홈런 공동 2위를 달리던 제라드 호잉(한화)이 연타석 홈런으로 순식간에 단독 선두가 되자, 한발 앞서 달리던 선두 SK 제이미 로맥이 바로 2홈런을 쏘아올려 바로 선두 자리를 되찾았다. 둘의 홈런 경쟁에 가려졌지만, 역시 전날까지 공동 2위였던 SK 김동엽도 조용히 홈런 하나를 보태 단독 3위(7개)가 됐다. 6개를 친 ‘공동 2위 그룹’의 순위는 하루만에 ‘공동 4위’로 두계단 내려앉았다.
물론 초반 5㎞ 선두가 레이스 막판에도 선두를 유지하리란 보장은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예상 밖의 파워히터들이 초반 홈런왕 싸움의 주도권을 잡으면서, 야구 팬들에게는 리그를 보는 재미가 늘었다는 점이다.
홈런 레이스에 앞선 로맥과 호잉은 시즌 전까지만 해도 홈런왕 후보로 거론되던 이들은 아니었다. 팬들의 시선은 지난 시즌 홈런왕 최정(SK)과 2시즌을 거쳐 미국에서 돌아온 홈런왕 박병호(넥센)를 더 향해있었다. 10명의 외국인 타자들 중에 돋보이는 편도 아니었다. 지난해 타점왕 다린 러프(삼성)나 홈런 3위 재비어 스크럭스(NC)가 홈런왕 대항마로 꼽혔다. 관심 또한 KIA 우승 주역인 로저 버나디나, 빅리그 출신 아도니스 가르시아(LG)에 밀렸다. 로맥과 호잉에겐 모두 정확성에 물음표가 붙어있었다.
그러나 둘은 홈런과 동시에 높은 타율까지 자랑하고 있다. 지난해 타율이 2할4푼2리에 불과했던 로맥은 18일 경기 전 기준 타율 2위(0.397), 호잉은 유일한 4할 타율(0.403)로 1위에 올라있다. 호잉은 미국에서 자주 접한 150㎞대 속구보다 느린 볼들을 장타로 연결시키고 있다. 로맥은 가운데와 바깥쪽 중심으로 자신만의 히팅 존을 좁혀 안타를 만드는 모습이 눈에 띈다.
하지만 둘이 초반 역주하다 중반 이후 레이스에서 빠지는 ‘페이스메이커’에 그칠 수도 있다. 투수들의 견제를 이겨내야 한다. 당장 로맥도 17일 경기를 마친 뒤 “지난해보다 투수들이 나를 견제하는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호잉 역시 장타자가 부족한 한화에서 집중견제를 받을 확률이 높다. 지난 시즌에도 초반 선두권에 올랐다가 후반기에 뒤처진 경우가 여럿 있었다. 지난해 초반 20경기에서 홈런 6개로 공동 2위에 올랐던 이대호(롯데)와 한동민(SK)은 후반기들어 각각 부진과 부상을 면치 못해 초반 기대보다는 못미치는 성적표를 받아들여야 했다.
그러면 그 사이에 기존의 홈런 타자들이 앞서 나갈 수 있다. 지난 시즌 홈런 상위권에 올랐던 선수들이 아주 뒤편으로 밀린 것도 아니다. 최정과 지난 시즌 홈런 3위 김재환(두산), 공동 6위 러프는 올 시즌에도 홈런 4위 그룹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종아리 부상으로 잠시 홈런 레이스에서 빠진 박병호 또한 몰아치기에 능한 타자다. 그렇다고 홈런 레이스 판도가 꼭 중반 이후 가서 뒤집힌다는 보장 또한 없다. 지난 시즌 최정은 초반 20경기를 치렀을 때 이미 공동 2위와 3개차 선두(9개)를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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