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8일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20대 대통령 선거 본 투표일을 하루 앞두고 담화문을 발표하며 코로나19 확진자 사전투표 혼란과 관련해 사과 인사하는 노정희 선관위원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18일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 20대 대선 사전투표 당시 코로나19 확진·격리자에 대한 부실한 투표 관리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노 위원장은 이날 선관위 전체 선관위원 회의에서 “20대 대선 확진자 사전투표 관리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고 선관위는 전했다.

노 위원장은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린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리며, 지방선거가 흠 없이 치러지도록 국민 모두가 협조하여 주실 것을 부탁했다”고 말했다.

앞서 노 위원장은 사전투표 부실관리 책임론에 휩싸여 선관위 안팎의 사퇴 요구를 받아왔다. 지난달 5일 사전투표에서 확진·격리자가 기표한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직접 투입하지 못하고, 투표사무원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이 때문에 투표 용지가 쇼핑백이나 바구니에 허술하게 보관됐고, 특정 후보에게 기표된 투표용지가 다시 배포되는 일이 발생했다. 노 위원장이 사전투표 당일 출근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25일 노 위원장의 사퇴 촉구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한 시민단체는 노 위원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지난달 16일 전국 시·도 선관위와 중앙선관위 소속 상임위원 15명이 노 위원장에 거취 표명을 요구했다.

노 위원장이 대선 후 40일 만에 돌연 사퇴한 것은 선관위 쇄신안이 나오고, 선관위원 결원이 일부 채워진 결과로 보인다. 선관위는 이날 중앙선관위 직원 최대 30% 지역 차출과 내부 감사 강화 등의 쇄신안을 선거관리혁신위원회로부터 보고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조해주 전 선관위원 후임으로 지난 15일 김필곤 변호사를 지명했다.

2018년 8월 대법관에 임명된 노 위원장은 2020년 11월 중앙선관위원장에 취임했다. 헌정 사상 첫 여성 중앙선관위원장이다. 노 위원장의 당초 임기는 6년의 대법관 임기가 끝나는 2024년 8월이다. 차기 중앙선관위원장은 대법원장이 현직 대법관 중 1명을 지명하며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취임한다.

박순봉·윤승민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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