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범수. 한화이글스 제공
“팬들의 환호성을 듣고 마운드를 내려오는 그 기분을 누려보고 싶어요.”
한화 좌완 김범수(24)는 최근 한용덕 감독을 찾아가 ‘자신에게 선발 기회를 달라’고 부탁하기까지 약 일주일간을 고민했다고 한다. 지난 1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만난 김범수는 “누구를 선발로 쓸지 결정하는 것은 감독님의 권한이라는 것을 안다”며 “우리 팀 토종 선발들이 나름대로 잘 던지고 있기 때문에 내가 당장 던지는 것은 팀에게 폐를 끼치는 게 아닐까 생각도 해봤다”고 했다.
그럼에도 김범수는 다짐을 실행에 옮겼다. 올 시즌 선발 등판을 기대하며 준비해왔던 것들이 헛되이 날아가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김범수는 지난해 55경기 중 세차례 선발 등판에 나섰는데, 첫 선발등판이던 지난해 7월29일 잠실 두산전에서 6이닝 3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선발로서의 가능성을 보였다. 한용덕 감독도 김범수를 선발로 키우기로 결심하고 지난해 마무리캠프 때부터 김범수에게 선발 투수에 맞는 훈련을 시키기 시작했다.
시속 140㎞중반대에 이르는 빠른 속구라는 매력을 이미 갖췄지만, 김범수는 선발 전환을 염두에 두고 준비에 나섰다. 김범수는 “던지던 변화구에 약점이 많았다. 체인지업도 없었다. 겨우내 정민태 코치님과 체인지업을 연마하고 다른 약점을 메우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 오키나와 1군 스프링캠프 도중 옆구리 통증을 느껴 2군 캠프로 향했고 팀의 선발 구상에서 일단 밀렸다. 김재영과 김성훈이 부상과 부진으로 로테이션을 벗어났을 때도 한용덕 감독은 김민우와 장민재를 먼저 찾았다. 김범수는 “2군 캠프에서도 좋은 몸상태를 유지해왔다. 겨우내 준비한 것을 실전에서 써먹지 못하면 아쉬울 것 같았다”며 “감독님께 ‘언제든 좋으니 기회라도 달라’고 말씀을 드렸다”고 했다.
한화 김범수가 지난 1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인터뷰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전 | 윤승민 기자
김범수가 선발을 꿈꾸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 “선발투수는 못던졌을 때 동료들의 눈치를 보게 되기도 하지만, 잘던지면 정말 재미있잖아요.” 오랜 이닝을 소화한 뒤 경기장을 메운 관중들의 환호를 듣고 마운드를 내려오는 것, 완투나 완봉을 하게 된다면 야수들과 그라운드에서 기쁨을 나누고 함께 더그아웃에 들어오는 장면을 꿈꿔왔다. 그런 소망을 알았는지 한용덕 감독은 김범수와의 면담에 대해 “어린 선수가 과감하게 자기 의견을 얘기하니 좋았다”고 하면서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선발 기회를 한 번은 줄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은 불펜 투수로 경기를 소화해야 하겠지만, 김범수는 선발 등판을 염두에 두고 실전에서도 전보다 많은 이닝을 실전에서 소화하며 적응기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 김범수는 10일 대전 SK전에서 올 시즌 가장 많은 2이닝을 던지면서 그 첫 걸음을 뗐다. 안타 1개, 볼넷 1개를 허용했지만 병살타도 하나 유도하면서 무실점으로 막아 기대감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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