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오선진. 한화이글스 제공

비록 개막 이전의 구상이 곳곳에서 어그러졌지만 한화는 올 겨울 일본 고치 2군 스프링캠프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대체요원들의 활약에서 희망을 찾고 있다.

시즌 전 이용규의 트레이드 요청 파문으로 갑작스레 공석이 된 좌익수에는 김민하(30)가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새다. 김민하는 지난 30일 대전 NC전에서 2타수 2안타, 2득점 1타점을 올린 것을 포함해 최근 4경기에서 모두 안타와 타점을 1개 이상 기록하고 있다.

지난 28일 광주 KIA전에서 상대 좌완선발 김기훈을 맞아 2번·좌익수로 선발출장했던 김민하는 이어진 NC와의 주말 3연전 중 1·2차전에서 선발 7번·좌익수로 경기에 나섰다. 29일 1차전에서는 2회 첫 타석에서 팀의 선취득점이자 결승점이 된 적시타를 때려내는 등 안타의 순도도 높다. 30일에는 볼넷도 2개 골라내고 시즌 첫 도루도 추가하며 자신의 존재가치를 더 높이고 있다.

한화는 이용규의 대체자로 김민하 외에도 양성우, 장진혁 등을 염두에 두고 있었으나 최근 성적을 보면 김민하가 이들보다 한 발 앞서 있다. 활약이 기대 이상이다. 김민하는 지난 2월초 시작됐던 한화의 오키나와 1군 캠프 명단에 들었으나 ‘경기보다 훈련이 더 필요한 선수’로 분류돼 열흘만에 2군 고치 캠프로 이동했다. 그러나 2군 캠프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아 시범경기 때부터 중용됐고, 한화 외야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용덕 한화 감독은 3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리는 NC와의 3차전에 김민하를 선발 6번 타순에 배치한다고 밝히며 “김민하는 오키나와 캠프에서도 컨디션이 좋았지만 당시엔 외야수 자원이 많아 2군 캠프로 보낸 측면도 있다”며 “지금으로선 당분간 김민하를 주전으로 쓸 생각이다. 기회가 왔을 때 잘 잡고 자기 자리를 굳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화는 내야수 오선진(30)도 김민하만큼 팀의 빈 자리를 잘 메워주길 바라고 있다. 오선진은 주전 유격수 하주석이 지난 28일 광주 KIA전 수비 도중 왼무릎 십자인대 파열 부상을 당한 뒤 그 빈 자리에 대신 투입되고 있다. 한화는 시즌 전부터 하주석의 경쟁자 겸 대체자가 마땅치 않다는 점 때문에 고심해왔다. 하주석이 빠질 경우 유격수 정은원-2루수 강경학 배치를 고심했으나 강경학 역시 어깨 통증으로 1군 복귀 시점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오선진이 29·30일 9번·유격수로 선발 출장하면서 연달아 1안타씩을 보탰다.

2008년 한화에서 데뷔해 어느덧 프로 12년차 내야수가 됐지만 오선진은 그간 기대치만큼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해 팬들의 아쉬움을 샀다. 김민하와 달리 오선진은 올 스프링캠프도 내내 2군에서만 보냈다. 그러나 주전 유격수가 갑작스레 큰 부상을 당하게 되면서 오선진은 기회를 얻음과 동시에 빈 자리를 메워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장 먼저 부여받았다. 일단 주전으로 나선 시간은 이틀뿐이긴 하지만 한용덕 감독은 오선진에 대해 “30일 경기에서 희생번트를 잘 대는 것을 보며 수비나 작전수행 등 전체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생각한다. 활용을 많이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전|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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