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키움 이승호. LG 배재준, KT 김민. 연합뉴스·이석우 기자·KT위즈 제공
외인 투수들, 혹은 원투펀치의 시간이 지나갔다. 올 시즌 프로야구 첫 주중 3연전은 개막 로테이션에 처음 합류한 투수들이 여럿 선발 등판했다. 그 중에서도 크게 주목받지 않았던 선수들 여럿이 지난 27일 호투를 선보여 팬들에게 설렘을 안겼다.
키움 좌완 이승호(20)는 지난 시즌 막판 선발수업을 받은 뒤 올 시즌 개막 로테이션에 합류했다. 그리고 올해 첫 등판인 27일 잠실 두산전에서 7이닝 6안타 6삼진 2실점으로 호투하며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선발 맞대결한 베테랑 좌완 두산 유희관(7이닝 5안타 4삼진 2실점)과의 맞대결에서 전혀 밀리지 않았다.
몸이 덜 풀린 듯 경기 초반 흔들리는 듯 했으나 기막힌 견제로 주자들을 연거푸 잡아냈다. 4회에는 두산 상위타선에 2루타 포함 연속 4안타를 맞고 2점을 내줬지만, 계속된 무사 1·2루 위기에서 오재일을 삼진, 오재원을 2루수 병살타로 돌려세우며 버텼다. 이날 마지막 이닝이 된 7회에는 지난해 리그 최우수선수(MVP)이자 홈런왕인 김재환을 삼진으로 잡아냈고 오재원과도 8구째 승부끝에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행운도 따르긴 했지만 첫 등판 성적이 좋았던건 키움 입장에선 분명 호재다.
창원에서는 예상 밖의 투수전이 벌어졌다. 올해 나란히 고졸 2년차 시즌을 맞는 NC 좌완 김영규(19)와 KT 우완 김민(20)이 맞붙어 만만치 않은 모습을 보였다. 이날 선발로 프로 데뷔전을 치른 김영규는 6이닝 5안타 1실점으로 프로 첫 승까지 함께 신고했다. 마지막 6회 실점도 NC 우익수 강진성이 뜬공 아웃처리할 수 있는 타구를 놓치며 2루타로 만들어준게 빌미가 돼 내준 것이었다. 시범경기 때부터 받은 큰 기대를 정규시즌 첫 등판에서 현실로 실현시켰다.
패전의 멍에를 쓰긴 했지만 김민 또한 개막 로테이션 합류 후 첫 경기에서 기대 이상 잘 던졌다. 7이닝 6안타 4실점이지만 자책은 3점에 불과해 ‘퀄리티스타트 플러스’ 요건을 채웠다. 6회 양의지에게 맞은 2점홈런이 아쉬웠지만 이어진 7회 삼진 두개 포함 삼자범퇴하며 흔들리지 않은 점 또한 인상적이었다. 풀타임 선발로의 가능성을 재확인한 경기였다.
역시 지난 시즌 후반기에야 프로 선발 경험을 쌓기 시작한 LG 배재준(25)도 희망을 던졌다. 6이닝 3안타 4삼진 1실점으로 국가대표 잠수함 박종훈(SK)과의 27일 문학 SK전 선발 맞대결을 대등하게 끌고 나갔다. 전날 등판한 임찬규(5이닝 3실점)보다도 성적이 좋아 외국인 원투펀치에 비해 중량감이 많이 떨어지는 LG 토종선발진이 두터워질 수 있다는 기대가 커졌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시범경기 기간 동안 선발전환으로 주목받았던 최충연(삼성)과 장시환(롯데)은 27일 등판에서 3이닝을 넘기지 못하고 일찌감치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반면 이들보다는 기대치가 낮았던 투수들은 같은날 등판에서 벤치와 팬들에게 존재감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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