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5회초 무사 1루 상황 키움 이지영이 좌월 투런 홈런을 날리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연합뉴스

2008년 창단한 ‘히어로즈’는 야구계의 이단아였다. 대기업이 지분을 소유한 구단들만이 나타나고 사라졌던 프로야구 역사에 ‘스폰서의 지원금으로 운영하는 구단’이라는 개념은 선뜻 생각하기 어려웠다. 창단 당시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고 창단 후에도 안팎으로 여러 풍파가 있었지만, 히어로즈는 10년 넘게 살아남으며 한국시리즈 우승도 노릴 수 있는 구단으로 자리잡았다.

히어로즈의 자립은 과거 넥센타이어, 현재 키움증권 같은 메인 네이밍스폰서의 대규모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여러 크고 작은 스폰서들을 유치하기 위한 구단의 노력도 작잖았기에 가능했다. 28일 현재 프로야구 각 구단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팀 스폰서 및 제휴사는 20여개, 많아도 40개를 넘지 않는데 반해 히어로즈가 공개한 스폰서는 메인 스폰서를 포함해 약 60개에 달한다.

스폰서의 업종은 다양하다. 글로벌 스포츠브랜드 나이키부터 농심, 오뚜기 등 유명 식음료 업체들, 외식 프랜차이즈, 부동산중개업체. 자동차 케어 업체에 사교육 업체까지 아우른다. 메인 스폰서의 경쟁사가 아니면 업종불문 스폰서로 유치하자는 게 구단 모토다. 공공기관(서민금융진흥원,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도 있다. 도박문제관리센터의 경우 지난 2년간 팀 스폰서를 맡으면서 히어로즈 선수단 및 임직원을 대상으로 도박 중독 방지 교육을 실시하기도 했다. 야구와 큰 연관이 없어보이는 스폰서들이 선수들의 유니폼에 부착돼 전파를 탔을 때는 소소한 이야기거리를 만들기도 했다. 2017년에는 선수들의 헬멧에 붙은 상조업체 ‘보람상조’ 로고가 화제가 됐다. 지난해 히어로즈 유니폼 한쪽 가슴팍에 새겨졌던 짬뽕 전문 외식 프랜차이즈 ‘니뽕내뽕’의 경우 광고효과가 관련 업계에서도 화제가 됐을 정도라고 한다.

2016년부터 구단의 스폰서 유치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김철현 영업1팀장은 “몇몇 구단은 대행사를 통해 스폰서를 유치하는 것으로 알지만 우리는 구단 차원에서 직접 스폰서들을 만난다”며 “구단이 직접 스폰서 유치를 한다는 데 놀라는 기업체도 있었다”고 말했다. 8명의 직원들이 야구 시즌이 마무리되는 10월부터 스폰서 유치를 위한 그들만의 시즌을 치른다. 스폰서를 얼마나 유치하느냐에 따라 한 해 구단 살림이 결정되기에 스폰서 유치는 시즌 개막 후에도 그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시즌을 마치면 외부 기관에 요청해 스폰서들의 광고효과를 측정하고 전달하는 업무까지 한다.

물론 유치 과정이 쉽지는 않다. 기업체가 구단에 스폰서가 되겠다고 먼저 제의를 하는 경우보다 구단이 스폰서를 발굴하는 경우가 아직은 3~4배 가량 많다. 팀 성적이 좋지 않으면 업체들이 스폰서 계약을 맺을지 더 고민하는 경우도 생긴다. 하지만 성적이 좋을 때는 계약 이상의 것들을 얻기도 한다. 김 팀장은 “지난해 팀이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아쉽게 패한 뒤 많은 스폰서들로부터 ‘잘 싸워줘서 고맙다’는 메시지를 받았다”며 “스폰서 업체가 구단에 광고를 맡기고, 물품을 제공할뿐 아니라 직원들이 히어로즈의 팬이 될 때 또 다른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