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윤명준(왼쪽)과 이형범. 두산베어스 제공
지난 26일 잠실에서 열린 키움-두산전에서 양팀은 경기 중반까지 닮은꼴 투수운용을 했다. 팀의 2선발급인 최원태(넥센)와 세스 후랭코프(두산)가 각각 5이닝 동안 정확히 90개의 공을 던진 뒤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나란히 6회 시작과 함께 불펜 싸움에 들어갔다.
승부는 불펜싸움에서 갈렸다. 양 팀의 투수 기용은 사뭇 달랐다. 두산은 이현승-윤명준-이형범이 잇달아 나왔고, 키움은 선발에서 올 시즌 다시 불펜으로 전향한 한현희와 이보근-김상수가 차례로 등판했다.
불펜 투수들의 이름값에서는 키움이 앞섰다. 팀의 마무리 내지는 셋업맨을 경험해봤던 투수들이 6·7회에 투입됐다. 그러나 승부에서 이긴 쪽은 두산이었다. 차이는 교체 타이밍에 있었다. 두산은 7회초 1-1 상황에서 윤명준이 투아웃을 잘 잡은 뒤 이정후에 2루타-김하성에 볼넷을 내주자 지체없이 이형범으로 교체했다. 이형범은 박병호를 볼넷으로 내주고 2사 만루 위기를 맞았지만, 결국 제리 샌즈는 유격수 땅볼로 유도해내 위기에서 벗어났다.
반면 키움은 7회 이보근을 오래 끌고가다 역전을 허용했다. 이보근이 1사 1루에서 정수빈-대타 국해성에 이어 외국인 타자 호세 페르난데스에게도 볼넷을 내주며 실점했다. 기세가 두산쪽으로 넘어간 상황에서 키움은 투수를 부랴부랴 김상수로 바꿨지만, 김상수는 박건우에게 2타점 적시타, 김재환에게 3점 홈런을 연달아 허용했고 승부가 여기서 갈렸다.
물론 불펜 기용에 대한 평가는 결과론적인 측면이 있다. 다만 주목해볼만한 것은 두산이 선발진에 비해 열세인 불펜진을 빠른 타이밍에 교체하면서 승리를 챙겼고, 이것이 단순히 지난 26일 경기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는 점이다. 두산은 지난 23일 잠실에서 열린 한화와의 시즌 개막전에서도 빠른 타이밍에 투수를 교체하며 접전 끝 승리를 챙겼다. 선발 조쉬 린드블럼이 6회 투아웃을 잘 잡고 볼넷을 내주자 바로 김승회를 올렸고, 김승회가 7회 1사 후 볼넷을 내주자 바로 윤명준을 올려 병살타를 유도해냈다. 8회 박치국이 동점을 허용한 것이 옥에 티였지만 두산의 투수 기용은 결과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빠른 타이밍의 투수 교체는 지난 시즌 초반 두산이 상승세를 탄 동력이기도 했다. 시즌 전 낙점했던 마무리 김강률이 흔들리자 이영하, 박치국, 함덕주 등을 빠른 타이밍에 적극적으로 투입해 활용했고 때에 따라 지난해 신인 곽빈도 마무리에 투입했다. 안정적인 선발진에 비해 불안했던 불펜 자원들을 한박자 빠른 타이밍에 교체하면서 효과를 봤고, 그렇게 실점을 최소화하면 두산의 타선이 경기 막판까지 쉴새없이 점수를 내며 승리를 챙겨갔다. 올해에도 이런 패턴이 계속 이어질지 지켜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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