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김원중(왼쪽)과 삼성 백정현. 이석우 기자
토·일요일 개막 2연전을 치르는 프로야구 구단들은 같은 고민을 한다. 개막전에 에이스를 내보낸다면, 2차전에는 누구를 내보낼까. 로테이션대로라면 2선발을 내는 게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러나 월요일 하루 쉬고 화요일에 2선발을 낸다면, 2선발을 다음주 일요일에 다시 한 번 쓸 수 있다. 개막 후 맞는 첫 6연전에서 에이스급 투수를 두번 쓸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개막 2차전 때 하위순번 선발이 등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난 시즌 개막 2차전에 선발 등판했던 윤성빈(롯데)과 주권(KT)이 그런 사례였다. 올해는 지난 24일 롯데가 김원중을, KT가 금민철을 내며 지난해의 선례를 따랐고 삼성도 외국인 저스틴 헤일리가 아닌 백정현을 선발등판시켰다. 보통 하위순번 선발을 내는 팀은 당장 개막 2연전을 모두 잡겠다는 욕심까지는 내지 않는다. 그런데 이날 김원중과 백정현은 예상밖의 투구 내용으로 팀 승리를 도왔다.
김원중은 사직에서 키움 강타선을 상대로 5.1이닝 4피안타 6탈삼진 2실점으로 잘 던졌다. 박병호와 제리 샌즈, 장영석 등 일발장타가 가능한 타자들에게 삼진을 하나씩 솎아냈다. 위기관리 능력도 선보였다. 4회 박병호와 서건창에게 잇달아 2루타를 맞고 첫 실점하긴 했지만 이어진 1사 2루 위기에서 3루로 도루하려던 주자 서건창을 발견하고 내야수에게 공을 넘겨 주루사를 이끌어냈다.
특히 고무적인 건 올해 첫 등판에서 볼넷을 딱 하나 내줬다는 점이다. 지난해 김원중은 145.1이닝 동안 볼넷을 77개나 내줬다. 볼넷 허용 3위였는데 공동 1위(79개·LG 차우찬·한화 키버스 샘슨)와 불과 2개차였다. 선발로 마운드에 서도 볼넷을 남발하며 일찌감치 무너지는 경우가 잦았는데, 키움 타자들을 상대로 좋은 결과를 내며 승리까지 디딤돌을 놓았다.
NC와의 개막전 기대가 컸던 외국인 덱 맥과이어가 3.2이닝 7실점으로 무너져 완패했던 삼성은 이튿날 등판한 백정현이 5.1이닝 3실점으로 제몫을 한 덕에 역전승에 성공했다. 안정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던 백정현은 이날 비록 안타를 8개 허용했고 5·6회 잇달아 실점하긴 했지만 몸에 맞는 공 하나만 내주는 공격적인 피칭으로 실점을 최소화했다. NC의 2선발인 외국인 드루 루친스키와 선발 맞대결한 백정현이 생각보다 일찍 무너지지 않으면서 삼성은 8회 역전에 성공해 4-3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김원중·백정현보다는 위상이 높긴 하지만 이용찬도 24일 잠실 한화전에서 외국인 투수를 대신해 마운드에 올라 좋은 모습을 선보였다. 이용찬은 한화 채드벨의 8이닝 무실점 호투에 밀려 패전투수가 됐지만 수비진의 연속 실책이 있던 7회 전까지의 피칭은 나쁘지 않았다. 6이닝을 던지는 동안 삼진을 9개나 뽑아내 개막시리즈에서 가장 많은 삼진을 잡아낸 투수가 됐다. 이용찬의 6실점 중 자책점은 2점에 불과했다. 수비만 제 몫을 해줬다면 한화의 11-1 승리로 끝난 이 경기는 끝까지 투수전으로 흘러갈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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