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채드벨이 24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한화-두산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잠실 | 연합뉴스
24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한화-두산전을 찾은 한화팬들은 한화 선수들이 매회 수비를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갈 때마다 “채드벨”을 연호했다. 상대한 첫 타자에게 안타를 맞은 뒤 8이닝을 거의 완벽하게 막은 선발 채드벨(30)의 호투가 류현진(32·LA 다저스)을 미국으로 떠나보낸 뒤 좌완 에이스를 찾지 못했던 한화 팬들을 설레게했다.
채드벨은 이날 8이닝 동안 두산 타선을 상대로 삼진을 8개 잡으며 무실점 호투했다. 안타와 볼넷은 단 한 개씩밖에 내주지 않았다. 채드벨의 호투 속에 한화 타선은 7회 4점, 8회 5점을 집중하며 11-1 완승에 성공했다.
채드벨은 데뷔전 1회 첫 타자에게 안타를 내주고 이어진 1사 1루 상황에서 도루하는 주자를 견제해 잡으려다 보크를 범했다. 그러나 흔들리지 않았다. 한용덕 한화 감독이 주심에게 다가와 보크가 아니라며 항의하기도 했지만 채드벨은 여유롭게 웃으며 상황을 넘겼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채드벨은 “스스로 느끼기에 자연스러운 동작은 아니었다. 주심의 보크 선언을 보지 못해서 당시 상황이 아웃인줄 알았지만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유의 여유는 그가 마운드를 내려올 때까지 계속됐다. 지난 시즌 리그 최우수선수(MVP) 김재환을 두번이나 삼진으로 잡는 등 강타자들이 포진한 두산 타선을 여유롭게 상대했다. 스트라이크 존 낮은 코스와 왼손 타자의 바깥쪽을 이용한 승부가 통했다. 이날 채드벨과 호흡을 맞춘 포수 최재훈은 “채드벨이 자신의 템포대로 자기 공을 던졌다. 오늘만큼은 당장 보완해야 할 점이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투구내용이 좋았다”고 말했다.
시즌 개막 전까지만 해도 채드벨은 ‘빠른 공이 강점이지만 제구가 안정적이지는 않은 투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개막전 선발 겸 팀 1선발 자리를 우완 워윅 서폴드에게 내줬다. 그러나 데뷔전에서 빼어난 제구력을 선보이며 전날 등판했던 서폴드(5.2이닝 3실점)보다 좋은 성적을 냈다. 채드벨은 “한국 무대에선 선발로 뛰어야 하기에 효율적인 투구에 대해 고민했다. 스프링캠프 동안 제구를 잡는 데 중점을 뒀는데 효과가 있어 만족한다”고 했다.
8회를 마칠 때까지 투구수가 95개에 불과해 완봉도 노려볼만 했지만 채드벨은 “시즌은 길기 때문에 ‘첫 경기부터 무리할 필요 없다’는 투수코치의 말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아쉬움을 털어냈다. 이날 잠실구장을 가득 메우며 자신의 이름을 연호해 준 한화 팬들에게 “원정경기인데 한화 팬들이 많아 홈경기가 아닌가 싶었다”는 감사의 말도 함께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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