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1일]검증된 ‘강한 2번’…감독 선택만 남았다

왼쪽부터 키움 박병호, 삼성 구자욱, 한화 송광민. 이석우 기자·연합뉴스·구단 제공

올 시즌 프로야구 시범경기 기간 동안 화두로 떠오른 ‘강한 2번’이 정규시즌에서도 재현될까. 일단 강한 2번 후보들은 시범경기 기간 좋은 모습을 선보였다.

가장 큰 화제를 몰고 다녔던 키움 박병호는 시범경기 8경기에 모두 출전해 타율 3할3푼3리(18타수 6안타)를 기록했다. 2번뿐 아니라 원래 타순에 가까운 3·4번에서도 등장했지만, 2번 타순에서의 타율(0.500·6타수 3안타)이 가장 좋았다. 시범경기 유일한 홈런도 첫 경기인 지난 12일 2번 타순에서 뽑아냈다. 

역시 지난 시즌 3번타순에서 올해 2번타순으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는 송광민 역시 타율 3할(20타수 6안타)로 시범경기를 마쳤다. 역시 홈런 1개를 포함한 안타 6개를 모두 2번 타순(15타수)에서 뽑아냈다. 최근 출전한 2경기에서는 멀티 안타로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지난해 2번과 3번을 오갔으나 올해 시범경기에서는 2번으로 고정됐던 삼성 구자욱의 성적은 더 좋다. 11타석을 모두 2번타순에서 나와 5안타를 치며 타율이 4할5푼5리에 달했다. 장타를 생산해내지는 못했지만, 겨우내 몸을 키워 ‘벌크업’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어 올해 강한 2번 대열에 합류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SK의 강한 2번타자 한동민의 시범경기도 좋았다. 시범경기 7경기 21타석에 들어서 타율이 5할6푼3리(16타수 9안타)에 달했다. 시범경기에선 2번(6타석)보다 5번(10타석)에 들어선 때가 더 많았으나 2번 타순에서 3타수 3안타에 볼넷도 3번 얻어내 출루율도 좋아야 하는 2번타자로서의 몫을 잘 해냈다. 3안타 중 2개가 2루타였을 정도로 장타력 또한 녹슬지 않았다.

KT 유한준도 이번 시범경기 2번 타순에 배치됐다. 비록 2번 타순(3타수)에서는 안타가 없었지만 시범경기 13타수 6안타(타율 0.462)에 1홈런을 더하면서 시즌 도중 강한 2번으로 기용될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제 감독들의 선택만이 남았다. 최근 메이저리그 사상 최다규모 계약에 합의한 마이크 트라우트(LA 에인절스)처럼 미국에서는 팀내 최고 강타자를 2번 타순에 기용하는 게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잡았지만 한국에선 아직 낯설다. 한동민이 SK 2번타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중심타선에 최정, 제이미 로맥 등 다른 강타자들이 즐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선수들이 2번 타순에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도 관건이다. 강한 2번 실험을 주도했던 장정석 키움 감독은 최근 “박병호가 4번에서 잘 친다면 4번으로 내는 게 맞을 수 있다”며 정규시즌 ‘2번 박병호’를 고심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