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시즌 개막이 미뤄지면서 주전 경쟁의 시간은 길어지고 있다. 스프링캠프 막바지에도 격전지 좌익수의 주인을 못박지 않았던 한화의 좌익수 경쟁도 마찬가지다.
자체 청백전에서 좌익수 후보자들이 잇달아 외야에 서며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출전 비중을 대폭 늘렸던 외야수 장진혁에 오프시즌 영입된 정진호와 김문호까지가 경쟁 최일선에 선 모양새다.
한화는 누구를 주전 좌익수로 기용할지를 고심하는 동시에 한편으로 또다른 시험을 하고 있다. 좌익수 경쟁자들을 청백전 때 다양한 포지션에 기용하면서 활용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애쓰고 있다.
지난 17일 국내 첫 청백전에서 한화는 김문호를 청팀 좌익수로, 장진혁과 정진호를 각각 백팀 좌익수·우익수로 선발출전시켰다. 경기가 반환점을 돌 때쯤 장진혁은 중견수로, 정진호는 좌익수로 이동했고 김문호도 1루수 미트를 꼈다. 21일에는 김문호가 9이닝 좌익수를 소화했으나 장진혁이 우익수에서 중견수로, 정진호가 좌익수에서 우익수로 각각 수비위치를 이동했다. 23일에는 김문호와 정진호가 청·백팀 좌익수를 맡아 내내 경기를 소화했지만, 백팀은 이용규를 지명타자로 돌린 대신 장진혁을 선발 중견수로 내세워 풀타임을 치르게 하는 등 다양한 기용을 이어갔다.
한화는 선수들간의 경쟁을 유도하는 동시에 지난해 선수가 부족해 겪었던 문제를 되풀이하지 않으려 한다. 지난해 한화는 2루수-유격수 키스톤콤비와 중견수로 이어지는 ‘센터라인’ 붕괴로 힘든 시즌을 치렀다. 결정적인 요인은 이용규의 이탈 및 정근우의 중견수 전향 실패, 하주석의 부상이었지만 대체자원이 없던 것도 예기치 못한 연쇄 이동으로 이어졌다. 외야수 경험이 있긴 하지만 지난해 스프링캠프 외야 훈련을 하지 않았던 이성열이 부랴부랴 외야수 글러브를 꼈고, 우익수 제라드 호잉이 중견수 자리에 서야 했다. 유격수 오선진-2루수 정은원 키스톤콤비는 전례없이 많은 경기수를 소화했다. 둘의 위치가 확고해서라기보다는 마땅한 대체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화는 일단 정진호와 김문호를 영입하면서 외야 자원을 늘린 한편 이들이 멀티포지션 소화능력도 함께 끌어올려 시즌 때 활용할 참이다. 장진혁은 타격 능력이 아직 출중하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외야 전포지션을 소화할 수비 능력을 갖췄다고 평가 받았다. 지난해 후반기 중견수로 많은 경기를 나섰을뿐 아니라 대수비로도 좌·우익수 자리를 오갔다. 정진호는 수비보다는 타격에 비교우위가 있는 선수지만 코너 외야 수비는 무리없이 소화하는 편이다.
아직 김문호가 1루수 자리가 익숙하지 않다고는 하지만 한화에서 1루 수비가 가능한 선수들은 적지 않다. 김문호의 1루수비 시도는 실패하더라도 위험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충분히 해볼만한 것이다. 늦어지고 있는 프로야구 개막 시기는 김문호의 1루수비를 비롯한 좌익수 경쟁자들의 멀티포지션 소화능력을 더 다듬을 수 있는 기회이기에 한화에게 나쁘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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