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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리스트’에서 시작해 ‘코로나19’로 끝났다. 2020년 프로야구 스프링캠프는 한국을 둘러싼 국제 정세에 장소를 정하는 순간부터 마무리할 때까지 각 구단이 매순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2020년이 프로야구계에 유독 기억에 남는 한 해가 될 공산이 크지만, 비슷한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국가 간 이동 장벽이 점차 낮아지면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등 전 세계적인 전염병이 몇해 주기로 창궐하고 있다. 초국적인 외교·안보 이슈가 늘면 늘었지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선수단의 전염병 감염뿐 아니라 이동수단 마련 등 고민해야할 게 많다.

시간이 갈 수록 바뀌는 게 또 있다. 전 지구적으로 평균 기온이 오르고 있고, 올해 한반도의 겨울도 예년만큼 춥지 않았다. 국내 구단들도 육성에 신경을 쓰면서 실내 훈련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통제 불가능한 국제 정세에 흔들리며 일본·미국 등 해외 스프링캠프를 고집하는 것보다, 비용과 변수를 줄일 수 있는 국내 캠프를 시도해보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몇몇 야구단 관계자들에게 물었을 때 “국내에서 하면 좋다”고 하면서도 하나같이 ‘시기상조’라는 결론을 냈다. 아무리 실내 훈련 시설이 있다고 한들 국내의 겨울 기후는 실내 훈련을 실시하기에도 춥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었다. 대부분의 관계자들은 기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수도권 ㄱ구단 관계자는 “통계를 내본 것은 아니지만, 경험적으로봤을 때 미국 등 상대적으로 따뜻한 곳에서 캠프를 차린 시즌보다 일본에서 캠프를 보낸 시즌에 투수 파트 부상자가 더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많은 구단들이 지난해 2월 훈련지로 많이 찾았던 일본 오키나와의 경우, 생각보다 화창하지는 않다. 오전에 화창했다가도 오후에 흐려져 비가 오는 경우도 있고, 섬 특성상 바닷바람도 꽤 많이 분다. 그래도 한국 겨울 바람의 냉기보다는 오키나와가 낫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보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다. 또다른 수도권 ㄴ구단 관계자는 “그나마 국내에서는 제주도가 따뜻하긴 하지만, 물가가 비싸다”며 “숙박비도 많이들뿐 아니라, 구장도 환경이 좋지 않은 데 비해 대관료가 비싸다”고 말했다. 지방의 ㄷ구단 관계자는 국내 캠프의 ‘선수관리’ 문제를 들었다. 그는 “해외 캠프에서는 선수들의 여가시간 움직임이 제한된다. 의사소통 및 교통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며 “국내 캠프에서는 선수들의 움직임이 지나치게 자유로워질까 염려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ㄱ구단 관계자는 “과감히 국내 캠프를 진행했을 때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다면 그 또한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한다”고 말했다. 해외 캠프가 일상화됐던 2003년 한화가 제주도에 캠프를 차렸으나 그해 5위를 기록한 뒤 다시 해외로 발길을 돌린 사례가 있다.

시설 문제에 대해서는 약간의 이견이 존재했다. ㄱ구단 관계자는 “일본 캠프 때 사용하는 시설이 썩 좋지는 않다. 그라운드 몇개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시설이 많은 것은 아니고, 상황에 맞게 프로그램을 짜며 조절하면 된다”고 말했다. 시설 규모가 큰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반면 ㄴ구단 관계자는 “그래도 미국이나 일본의 야구장 옆 부대시설이 썩 좋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라운드 상태는 국내 지방 야구장보다 훨씬 좋다”며 “국내에서 훈련하려면 야구장 2개 정도 규모로 넓은 실내연습장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ㄷ구단 관계자는 “국내 구단의 2군 실내 훈련장은 LG 정도를 빼면 1군 선수단까지 수용할만큼 크지 않다”고 했다. LG는 최근 1군 훈련장소를 잠실로 옮기기 전까지 1·2군 전원이 이천 챔피언스파크에서 대규모 합숙하며 훈련한 적이 있다. 그는 그러면서 “여러 구단이 모여서 연습경기를 할 수 있게끔 훈련 시설이 모여있는 것도 중요하다. 제주도나 남해 등이 훈련하기에 적합한 기후라고는 하지만 여러 구단이 함께 훈련할만큼 크지는 않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같은 통제불가능한 요소로 각 구단이 스프링캠프를 치르는 데 겪는 어려움이 분명히 있지만, 그보다 더 어려운 점들이 국내 캠프에서 존재하기에 앞으로도 프로야구 국내 스프링캠프는 찾아보기 어려울 것 같다. 다만 반일감정이 고조돼 지난해 시즌 후 적지 않은 구단이 국내 마무리훈련을 택했는데, 앞으로 국내 마무리훈련이 전보다 늘어날 수 있다고 예측하는 의견은 꽤 있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