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베어스의 자체 청백전 3회 초 1사 1루. 청팀 최주환의 1타점 적시타 때 김재환이 홈인한 뒤 더그아웃으로 들어와 동료선수들과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라운드가 조금씩 따뜻해지면서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팀 두산의 타자들도 조금씩 기지개를 켜고 있다. 방망이가 달아오르고 그라운드를 누비는 발도 바빠지면서 특유의 두산 야구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두산은 2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6이닝 자체 청백전을 치렀다. 청·백팀 통틀어 16개의 안타를 친 가운데 정수빈이 3루타를, 김재호와 최주환, 박세혁이 2루타를 각각 쳐내며 타격과 주루 능력을 뽐냈다. 경기는 청팀의 5-3 승리로 끝났다.

팀의 핵심 선발 투수인 유희관과 이용찬이 나란히 선발 등판해 3이닝씩을 던진 경기에서 타자들은 한껏 끌어올린 타격감을 뽐냈다. 2회초 백팀 선발 이용찬을 상대로 청팀의 오재일이 우전안타, 박세혁이 우측 2루타로 무사 2·3루를 만든 뒤 김인태가 중전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았다. 김인태는 상대 실책으로 2루에 닿은 뒤 연이은 내야 땅볼 때 홈까지 밟았다. 집중력을 바탕으로 대량득점해내는 특유의 두산 야구가 모처럼 빛났다.

3회초에서는 최주환이 1사 1루에서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로 1타점을 추가했다. 4-0으로 뒤진 백팀에서는 3회말 정수빈이 장타 대열에 합류했다. 2사 후 연속안타로 만든 1·2루 기회에서 정수빈이 우중간을 가르는 3루타를 쳤다. 정수빈은 중계플레이 과정에서 나온 실책을 틈타 홈까지 파고들었다.

두산 야수들은 수비에서도 몇차례 눈에 띄는 장면을 연출했다. 2회말 1사 1루에서는 청팀 3루수 허경민이 다이빙캐치로 타구를 잡아낸 뒤 병살타로 연결시키는 호수비를 선보였다. 5회말에는 2사 1·2루에서 김재환의 좌측 깊숙한 타구를 청팀 좌익수 안권수가 빠른 발을 이용해 잡아냈다. 좌익수 키를 넘길 뻔한 타구였으나 안권수가 처리하며 올 시즌 1군 조커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6회초에는 백팀 중견수 정수빈이 허경민의 날카로운 안타성 타구를 슬라이딩으로 잡아내는 기가막힌 수비를 선보이며 쾌조의 컨디션을 과시했다.

이날 두산은 내야수들의 수비 위치를 경기 도중 여러차례 바꿔가며 시즌 중 올 수 있는 ‘만일의 상황’을 테스트하기도 했다. 청팀은 2루수 최주환-3루수 허경민-유격수 김재호가 선발로 나섰으나 최주환이 3루수로, 허경민이 유격수로, 김재호가 2루수로 경기 도중 수비위치를 바꿨다. 백팀에서는 오재원이 유격수를, 페르난데스가 2루수를 경기 도중 맡기도 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다른 팀과의 연습경기에서는 잘 시도하지는 않는 변화다. 청백전이기에 시도를 해봤다”며 “정규시즌에서도 이런 변화를 보기는 쉽지 않겠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오랜만에 유격수 수비를 봤던 허경민은 “낯설고 새로웠다. 머리에서는 고등학교 때 생각이 나는데 몸은 다르더라”며 “옆에 최고 유격수 (김)재호형이 있어 부담감도 느꼈다. 그래도 재미있는 경험이었다”라고 말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