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외인 투수 라울 알칸타라(왼쪽)와 크리스 플렉센. 두산베어스 제공

 

본격적인 실전을 언제쯤 치를지는 알 수 없지만, 두산 외인 원투펀치를 향한 기대감이 점점 커지고 있는건 분명하다. 스프링캠프 후 한국에 바로 합류한 것이 결과적으로 최고의 수가 되는 가운데 실전에서 인상적인 결과를 내고 있다.

올 시즌 두산에 합류한 외인투수 라울 알칸타라(28)와 크리스 플렉센(26)은 지난 2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자체 청백전에서 나란히 선발등판해 2이닝을 나란히 무실점으로 막았다. 청팀 선발로 나선 알칸타라는 1회말 2사 후 연속안타를 맞았지만 후속타자를 범타처리한 뒤, 2회말 1사 1루에서는 연속 삼진으로 두산의 신예들을 돌려세웠다. 백팀 선발 플렉센도 안타와 볼넷을 하나씩 내줬지만 병살타 1개로 위기를 막고 김재환, 오재원, 류지혁 등 1군 타자들을 모두 삼진처리했다.

두 투수들은 일본 미야자키에서 지난 5일 열린 청백전에서도 쾌조의 모습을 보였다. 두 투수 모두 나란히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플렉센은 아웃카운트 9개 중 무려 7개를 삼진으로 뽑아내는 괴력을 선보였다. 알칸타라는 안타 4개를 허용했으나 스스로 만든 위기를 무사히 벗어나는 모습을 보여줬다. 캠프에서 최고구속이 시속 150㎞을 넘겼던 두 투수는 16일만의 실전등판에서 위력을 더 끌어올렸다. 알칸타라의 잠실 청백전 최고구속은 시속 155㎞에 달했으며, 플렉센 역시 최고 152㎞의 속구와 120㎞중반대의 커브를 보이며 구종을 점검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에 따라 실전 경기 주기가 길어지고, 그에 따라 타자들이 타격감을 찾는 데 애를 먹는 상황을 감안할 필요는 있다. 그럼에도 두 투수가 착실히 구속을 올려가며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은 두산에겐 반갑다. 2년간 62승을 합작한 듀오 조쉬 린드블럼-세스 후랭코프를 떠나보내면서 맞이한 새 외인 원투펀치가 두산의 물음표를 점차 느낌표로 바꿔가고 있다.

이들이 팀의 야수진과 호흡을 맞춰갈 시간이 더 많아졌다는 것도 두산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다. 적잖은 구단들이 시범경기 취소 결정에 따라 외인 선수들을 고향에 남겨두고 먼저 귀국한 반면 두산은 외인 세명과 모두 일본에서 한국으로 함께 건너왔다. 두 외인투수이 경기를 풀어나가는 모습을 두산의 야수진들이 더 많이 경험할수록 수비 포메이션을 짜고 체득해 실전에서 활용하기가 쉬워진다.

이달 초까지만해도 국내 코로나19 확진세가 다른 나라에 비해 뚜렷했기에 외인 투수들의 국내 합류가 정신적인 동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선택도 ‘신의 한 수’가 됐다. 최근 전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으로 여러 나라들이 자국민의 국가간 이동에 제한을 두기 시작했다. 외인 선수들이 안정을 취하길 바라며 고향으로 돌려보냈던 구단들은 이제 이들의 무사귀환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각국 정부의 정책에 국내로 향하는 비행편까지 따져봐야하는 상황이다.

반면 두산은 그 걱정을 덜었다. 두산은 캠프 출국 및 입국도 예정된 날짜에 하는 등 코로나19에 따른 일정 변경이 가장 적었던 팀이기도 하다. 눈에 보이는 결과에, 주변을 둘러싼 상황도 잘 맞아들어가고 있어 기대가 더 커지고 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