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19일]히어로즈 주주들 “KBO 옥중경영 조사 불공정” 의혹 제기, 문체부 감사 요청

법무법인 한별 안병한 변호사(왼쪽)와 전홍근 변호사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키움 히어로즈 프로야구단에 대한 KBO 조사 결과 발표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의 주주들이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최근 히어로즈 구단 ‘옥중경영’ 특별조사 및 징계 절차에 대해 문제가 있다며 문화체육관광부에 KBO에 대한 감사를 청구했다. 이들은 각종 의혹을 제기하면서 향후 법적 대응도 시사했다.

법무법인 한별은 1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법무법인 한별은 “최대주주인 이장석 전 대표이사를 제외한 다른 주주들을 대리한다”고 밝혔다. 2018년 12월 기준 키움 구단의 지분 중 67.56%는 KBO로부터 영구실격 처분을 받았고 현재 수감중인 이장석 전 대표가 보유한 가운데, 박지환씨(24.39%)와 조태룡 전 단장(4.88%), 남궁종환 전 부사장(3.17%)이 남은 지분을 나눠갖고 있는 상태다.

이들은 KBO가 지난 5일 발표한 히어로즈 옥중경영 조사 결과 및 과정이 공정하지 않았다며 그 과정에 문제가 있는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KBO는 영구실격 처분을 받아 구단 경영에 일체 개입할 수 없는 이장석 전 대표가 수감중인데도 경영에 간섭했다는 의혹이 지난해 말 불거지자 특별조사위원회를 꾸려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그러나 “강한 의심은 들지만 한계가 있어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어려웠다”는 이유를 들어 구단에 제재금 2000만원을 부과하고 현 경영진에게 엄중경고 처분을 내렸다.

주주들 측은 KBO의 이같은 조사가 실제 공정했는지가 의문스럽고 징계 결과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법무법인 한별은 문체부에 제출한 감사청구서에서 “특별조사위에 제출된 자료만으로도 이장석의 경영 개입 사실을 인정하기에 충분하다”며 “히어로즈 일부 임원들은 이장석의 구체적인 지시에 따라 선수 드래프트, 선수단 운영 등의 개별 실행 행위로 이어졌다는 것을 시인한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장에서도 주주들 측은 몇가지 의혹을 제기했다. 법무법인 한별은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해 제안한 내용이 상벌위의 징계 심의 과정에서 뒤집힌 게 아닌지 의문이 있다”고 밝혔다. 특별조사위 조사 과정에서는 발표된 것보다 더 강한 징계가 예상됐으나, 이것이 상벌위의 심의 과정에서 약화됐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주주들 측은 “‘내부 관계자’가 관련된 진술을 했다”고 했다. 다만 관계자의 소속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주주들 측은 “류대환 KBO 사무총장이 히어로즈 관계자들로부터 지난해 골프 접대를 받았다”며 이것이 상벌위의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고도 했다. 사무총장은 상벌위에 포함돼있지는 않지만, 상벌위 구성에 영향을 미치는 위치에 있어 골프 접대가 사실이라면 상벌위의 결정에 문제가 있다고 주주들 측은 밝혔다.

허민 키움 구단 이사회 의장과 하송 현 대표이사에 대한 의혹도 제기됐다. 주주들 측은 “두 사람은 구단 감사위원으로 이장석의 경영개입 사실을 방관·묵인했다는 구체적인 정황이 있다”며 “이에 대한 사실규명과 징계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 히어로즈 구단 내 감사위원회가 조직되는 과정에 대해서도 주주들 측은 문제를 제기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전홍근 변호사는 “구단이 정관을 고쳐 감사 자리를 없애고 감사위원회를 설치했다. 상법 조항에 따르면 기업체에 감사를 임명할 때는 주주들이 ‘의결권이 있는 주식의 3%’ 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돼 있다”며 “그러나 감사위원회 내 이사를 임명할 때는 이같은 제한이 없다”고 말했다. 구단이 감사를 없애고 감사위원회를 설치한 과정이, 최대주주인 이장석 전 대표가 다른 주주들의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게 막기 위한 절차라고 본 것이다. 주주들 측은 “허민씨의 경우 이장석씨와의 개인적 금전거래 정황이 존재한다”며 허 의장과 이 전 대표 간의 유착이 있는게 아니냐는 의혹 또한 제기했다.

특별조사위의 조사 과정에서 히어로즈 구단이 KBO에 압력을 넣은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주주들 측은 “히어로즈 현 경영진이 KBO를 압박하는 공문을 두 차례 보냈다. 그 내용은 ‘허 의장, 하 대표가 징계대상에 포함될 경우, 옥중경영을 짐작할 위치에 있는 KBO 총재와 사무총장도 징계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KBO와 구단 현 경영진 사이에 유착관계가 있고, 그 때문에 ‘옥중경영’ 관련 특별조사가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았고 징계도 약했다는 게 주주들의 주장이다. 법무법인 한별은 “문체부가 사단법인들을 감사한 선례가 있다. 문체부가 주무관청으로 법인을 검사할 수 있다는 조항이 민법과 훈령에 있다”고 했다. 또 주주들 측이 향후 보다 적극적인 법적 대응을 할 것임도 밝혔다. 법무법인 한별은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통한 이사해임결의 및 법원을 통한 해임청구, 회계장부 등 경영진의 회사운영 관련 중요 문서를 열람등사할 수 있는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확인되는 위법 사실에 대해서는 형사고소 및 손해배상청구 등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기자회견에서 주주들 측은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주주들 측도 구단이 이번 특별조사 때 KBO에 다양한 자료를 제출했다는 점을 알고 관련된 여러 정황증거들을 모았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문체부 감사를 통해 증명해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간 구단 내 비위행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도 이에 대해 특정한 자료를 얻지 못했던 주주들이 이번 문체부가 감사과정에서 파악한 내용을 바탕으로 진위 파악에 나설 가능성도 존재한다. 전홍근 변호사는 “형사 고소는 자료들을 바탕으로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파악한 다음에 진행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KBO는 이번 기자회견 내용 일부에 대해 반박했다. KBO 관계자는 “사무총장은 상벌위 결정에 영향을 미칠만한 위치에 있지 않다”며 “조사위원회의 결정이 상벌위에서 뒤집힌다고 한 것이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검찰이 기소한 사항을 법원에서 모두 유죄로 판결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사무총장의 ‘골프 접대’ 의혹에 대해서도 “사무총장이 구단과 골프를 치는 일은 있지만, 이는 리그 운영에 대해 구단의 협조를 구해야하는 사무총장 업무의 연장선”이라며 “부정한 청탁을 한 것처럼 묘사했는데 맥락이 다르다”라고 말했다.

구단이 KBO 협박성 공문을 보냈다는 의혹에 대해 KBO 관계자는 “구단이 조사 과정에서 공문을 보낸 것은 맞다. 이는 ‘KBO도 함께 이번 사건 관련 조사를 받아야하는 게 아니냐’는 내용이었다”라며 “그에 따라 특별조사위가 총재와 사무총장을 면담했다. 특이사항은 없었고 조사 결과를 뒤집을만한 것이 있는 건 아니었다. 협박성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