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 홈팀과 원정팀의 청백전. 3회말 2사 상황 홈팀 박동원이 친 타구에 오른팔을 맞은 양기현(오른쪽)을 위로하고 있다. 고척 연합뉴스

 

프로야구 시범경기도, 다른 팀과의 연습경기도 못해서 치르는 게 자체 청백전인데, 키움은 이마저도 하는 게 쉽지 않았다.

키움은 우여곡절 끝에 국내 첫 청백전을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치렀다. 퓨처스(2군) 선수 중에 고열 환자가 발생해 이틀이 미뤄진 끝에 겨우 청백전을 치렀지만 어수선함은 가시지 않았다.

키움은 당초 지난 16일 첫 청백전을 치를 계획이었다. 그러나 선수들이 고척돔에 모여 훈련을 막 개시하려던 참에 모든 일정이 전격 취소됐다. 2군 선수 중 한 명이 코로나19의 의심 증상 중 하나인 38.3도의 고열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환자는 고양야구장에서 발생했지만, 1군도 지난 13·14일 고양에서 시차를 두고 훈련했다.

다행히 해당 선수가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았고, 키움은 청백전 일정을 19일로 미뤘다가 다시 하루를 당겼다. 키움은 지난 8일 대만에서 자체 청백전을 한차례 치른 뒤 실전 경기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열흘만의 청백전에서는 1회초부터 보기 힘든 장면이 펼쳐졌다. 2사 후 이정후가 좌중간을 가르는 타구를 치고 1루를 돌아 2루까지 슬라이딩해 기분좋은 2루타를 쳐내는 듯 했다. 그러나 별안간 공수교대가 벌어졌다. 1루심이 이정후가 1루를 밟지 않았다고 판정했기 때문이다. 정규시즌 중에도 좀처럼 나오지 않는 ‘누의 공과’가 나왔고, 1루를 밟지 않았기 때문에 이정후의 안타는 없던 게 됐다.

3회말에는 선수단이 가슴을 쓸어내릴 상황이 벌어졌다. 2사 후 어웨이팀 마운드에 올랐던 투수 양기현이 타구에 오른쪽 팔꿈치를 맞아 쓰러졌다. 홈팀 타자 박동원이 친 타구가 양기현의 팔꿈치를 직격했다. 타구는 3루수 앞으로 튀었고 결국 아웃으로 연결됐지만, 고통스러워하는 양기현을 향해 선수단이 모여들었다. 양기현은 즉시 병원으로 후송됐다. 키움 관계자는 “병원에서 X레이와 CT(컴퓨터단층촬영)검사를 받았는데 뼈에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들었다”라며 “내일 오전에 한 번 더 MRI(자기공명영상) 촬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5회까지 치러진 첫 청백전에서 양 측은 0-0으로 비겼다. 경기 후 손혁 감독은 “투수들은 괜찮았다. 타자들은 오래 연습경기를 못한 영향이 있는 것 같다”면서도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좋은 경기였다”라고 평가했다. 다만 “분위기가 어수선한 듯 하다. 다들 집중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며 “컨디션 조절이 어렵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정후는 누의 공과 상황에 대해 “뒷발로 1루를 스친 것이 느껴졌는데, 심판이 잘못 보신게 아닌가 싶다”면서도 “오늘을 본보기로 다들 1루를 잘 밟았으면 좋겠다”고 농담을 던졌다. 이정후는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다. 코치님들이 하루하루 주시는 스케줄을 열심히 소화하는 수밖에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척 |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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