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태균이 지난 17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청백전에서 안타를 치고 출루한 뒤 엄지 척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한화이글스 제공

 

프로 20년차를 맞는 베테랑중의 베테랑 김태균(38·한화)에게도 개막일이 정해지지 않은 시즌은 어색하다. 시범경기가 전면 취소되고 이를 대신할 자체 청백전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지난 17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청백전을 마친 뒤 김태균은 “청백전 마치고도 인터뷰를 하느냐”며 웃은 뒤 “언제 시즌을 시작할지 알 수 없어 답답하다. 다들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을 것 같다”고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이날 코로나19 확산을 막으려는 팀 방침에 따라 김태균은 마스크를 쓴 채 경기를 치렀다. 이것 또한 김태균에게도 어색하기만 하다. 김태균은 “마스크를 쓰고 빨리 뛰니까 숨이 더 찬다. 타격할 때 시야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면서도 “그래도 하다보니 적응이 됐다.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어색한 게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모든 KBO리그 선수와 구단이 처한 조건은 같다. 적응하는 수밖에 없다. 때문에 김태균은 자체 청백전이었음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뛰었다. 이날 김태균의 2타수 2안타보다 더 눈에 띄었던건 3회말 무사 2루에서의 태그업 플레이였다. 2루타를 치고 나간 김태균은 최진행의 우익수 뜬공 때 3루로 내달려 세이프됐다. 7회만에 끝난, 정식경기가 아니었다는 점, 날씨가 꽤 쌀쌀해 몸을 사릴법도 했다는 점에서 더욱 인상적이었다.

김태균은 “시범경기가 취소되지 않았나. 그래서 우리끼리 치르는 청백전에서 경기 감각을 찾는게 중요하다”며 “다른 선수들도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청백전에 더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FA 자격을 얻고도 1년짜리 계약을 맺으면서 ‘올 시즌 자신의 존재가치를 보여주갰다’고 다짐한 것을 일찍이 몸으로 보여주려는 것 같았다. 몸집이 한결 가벼워보인다는 소리도 듣고 있다.

김태균은 “아직은 여러가지를 시도해보고 매일 잘된 점과 잘못된 점을 체크해나가 더 좋은 방법을 찾는 시기”라고 말했다. 스스로도 낯선 시즌을 준비하는 게 쉽지만은 않지만, 도움이 필요한 많은 후배들을 향해 던지는 일종의 메시지같았다. 점진적인 세대교체를 시도하고 있는 한화가 김태균에게 바라는 바이기도 하다. 김태균은 “선수들에게 특별히 컨디션 조절에 힘쓰라고 주문하지는 않는다. 지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봐야 선수들 마음이 동요하기만 할뿐”이라며 “훈련하고 게임할 때 다들 조금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분위기는 만드는 데 도와주고 싶다”고 말했다.

대전|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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