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일정에 대폭 변화가 생긴 KBO리그에서 선수들을 가장 지치게 하는 것은 기약없는 기다림이다. 3월 중순 시범경기를 하고 3월말~4월초 정규시즌이 개막된다는, 수년간 반복됐던 시즌 준비과정이 하루아침에 뒤바뀌었다.
당장 국내 집단감염 사례가 끊이지 않아 예정대로 시즌을 시작하는 게 어렵다는 건 야구계에서도 공감하고 있다. 다만 확실한 개막 시기가 정해지지 않은 점이 답답함을 가중시킨다. 미국 메이저리그는 개막 시기를 5월 중순 이후로 미룬 가운데, 한국은 2020 도쿄 올림픽이라는 변수가 있어 개막시기를 놓고 고려해야할 변수가 더 많다. 한용덕 한화 감독은 지난 17일 “개막이 언제일지 모르니 선수들 컨디션 조절하는 것이 어렵다. 일단 주전 선수들은 청백전에서도 일찍 교체해주긴 하는데 선수들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며 “개막시기가 결정된다면 스케줄을 또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테랑이나 젊은 선수, 주전급이나 백업이나 처한 상황은 같다. 다만 자신의 입지가 확고하지 못하고 경험이 부족한 선수일수록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을 것으로 보인다. 주전 확보가 어느정도 보장된 선수라면, 타팀과 치르는 시범경기가 자체 청백전으로 바뀌었다고 해도 코칭스태프 앞에서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은 적다. 페이스를 일부러 떨어뜨리는 것도 생각해볼 여유가 있다. 반면 남은 자리를 위해 최종적으로 경쟁해야 하는 위치의 선수들은 상황이 다르다.
예년처럼 치러졌다면 시범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선보여 눈도장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이 시기를 보냈을 것이다. 시범경기에서의 성적이 정규시즌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는 하나, 눈 앞의 실전에서 활약하는 선수에게 벤치의 시선이 돌아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자체 청백전도 실전경기의 형태를 띄고 있긴 하지만 다른 팀과의 맞대결만큼 집중도를 끌어올리기 어렵다. 집중도가 떨어질 수록 부상의 위험성은 올라간다는 데서
백업 선수들에게는 대개 자신만의 루틴이 정립되지 않았다는 것도 걱정거리다. 한 시즌을 성공적으로 보낸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에 백업 선수들은 루틴이 확고하기보다는 새 루틴을 만들거나 적응해가는 단계다. 이도형 두산 타격코치는 “백업 선수들이 현재 규칙적으로 경기를 치를 수 있으리라 보장하기 어렵다”면서 “스프링캠프 전 마무리캠프 때부터 백업 선수들에게 루틴의 중요성을 강조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을 책임져야할 코칭스태프 및 프런트들도 지금처럼 기약없는 시즌을 보낸 적이 없는건 마찬가지다. 구단 차원에서도 선수들이 동요없이 시즌을 치르면서 선수들 간에 더 많은 대화와 정보교류가 오가면서 컨디션 조절에 힘써주길 바라고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베테랑 선수들의 역할이 지금 중요하리라 본다. 젊은 선수들의 부족한 점을 잘 이끌어주면서 팀 분위기를 잘 유지하면서 전체적인 컨디션을 유지하게 도와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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