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 또 신중. 2020시즌을 앞두고 한화는 토종 선발 로테이션 구성에 여느 때보다 신중을 기하고 있다. 2년 전 가을야구 꿈을 이뤘을 때도 풀지 못한 ‘토종 선발 발굴’이라는 숙제를 올해는 해결하고자 고심 중이다.
한용덕 한화 감독은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대전에서의 훈련을 재개한 뒤에도 선발진 구성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한 감독은 캠프 후 국내 훈련에 돌입해서도 “캠프 때 어느정도 정해놓은 것이 있긴 하다”라면서도 “조금 더 신중하게 결정하려고 한다. 시즌 개막 일주일 전쯤에는 결정될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1년 전과는 사뭇 다르다. 한화는 지난해에는 시범경기가 시작된 이맘 때쯤 선발 로테이션을 정했다. 두 외인투수 워윅 서폴드-채드 벨을 축으로 사이드암 김재영과 우완 김성훈, 좌완 박주홍으로 로테이션을 꾸렸다. 스프링캠프 때도 선발 자리를 놓고 경쟁을 유도한다고 했지만, 한화는 캠프를 치르는 도중 선발진 조각을 비교적 일찍 마쳤다.
구상은 생각보다 일찍 어그러졌다. 개막 첫 주중 3연전에서 김재영이 부상을 당했고 김성훈도 첫 등판 때 부진하자 한화는 불가피하게 로테이션 변화를 줬다. 5선발 박주홍도 부진 탓에 얼마 지나지 않아 로테이션에서 빠졌다. 울며 겨자먹기로 개막 후 보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선발 로테이션 ‘플랜B’가 가동됐다.
장민재와 김범수, 김민우로 구성된 새 선발 투수들은 초반 잘 버티는 듯 했으나 시즌 중반을 향하면서 다시 흔들렸다. 지난해 한화의 부진의 원인을 불안정한 선발진에만 돌릴 수는 없지만, 로테이션의 불확실성이 높았던 게 성적 하락의 요인이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한화가 선발 로테이션 공개에 신중을 기하는 건 지난해의 아쉬움을 반복하지 않으려는 의도 또한 담겼다.
물론 어느정도 예측은 가능하다. 캠프를 마치고 각자 고향으로 돌아가 훈련 중인 서폴드와 채드 벨이 1·2선발을 맡을 것으로 보이고, 지난해 한화 토종 선발 중 가장 많은 이닝(119.1이닝)을 던진 장민재,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된 장시환이 두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장시환은 캠프 후 소감을 밝히며 “풀타임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는 것과 규정이닝(144이닝) 소화하는 게 목표”라고 했을만큼 일찍이 각오를 다지고 있다. 장민재도 부상 탓에 투구이닝이 적었을뿐 지난해 토종 선발 중 가장 나은 모습을 보였기에 선발 합류가 유력해 보인다. 두 투수는 메이저리그 팀(LA 다저스·밀워키)과의 연습경기에 각각 선발등판하기도 했다.
남은 5선발 자리가 예측 불허다. 후보는 많다. 김범수와 김민우 등 지난해 선발 등판을 경험한 투수들이 적잖은데다 캠프에서는 신인 남지민·한승주까지 선발 합류를 목표로 구슬땀을 흘렸다. 한화는 이번 캠프뿐 아니라 오프시즌부터 어떤 선수가 경쟁에서 우위에 있는지 말을 아껴왔기에 유불리를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오는 17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자체 연습경기를 거치면 조금씩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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