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이글스 홈구장 첫 훈련에서 외야수 정진호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대전 연합뉴스

 

“두산 선수라고 생각하고 경기를 치르면 되지 않을까요?”

한달 조금 넘게 입었던 검은색·주황색 위주의 연습복이 이제는 정진호(32·한화)에게 제법 잘 어울린다. 2011년 입단 후 프로 생활을 두산에서 보냈지만 주전으로 자리잡지 못했던 정진호는 지난해 말 2차 드래프트로 이적한 한화에 어느새 익숙해져 있었다.

그런 정진호가 잠시 ‘두산 선수’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KBO리그 전 구단이 자체 청백전 외에는 실전을 치를 수 없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만난 정진호는 “자체 청백전 때 스스로를 ‘한화와 상대하는 두산 선수’라고 생각하면 보다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자체 청백전은 다른 팀과의 연습경기에 비해 집중도가 떨어지게 마련이다. 투수들도 다른 팀을 만났을 때만큼 과감한 승부를 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정진호는 특유의 마인드컨트롤을 바탕으로 예년과 다르게 까다로워진 시즌 준비를 해내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아직 팀내 좌익수 경쟁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오프시즌 한화는 정진호와 김문호를 영입하면서 좌익수 경쟁에 불을 지폈다. 중견수에 이용규, 우익수에 제라드 호잉이 사실상 자리를 굳힌 가운데 한화는 기존의 최진행·장진혁과 영입 선수들 사이에서 한 명을 주전 좌익수로 낙점할 예정이다. 그러나 아직 그 주인공을 밝히지는 않고 있다.

외야가 두터운 두산에 비해 한화는 정진호가 주전으로 도약하기 좋은 곳이라는 외부의 평가가 많았지만, 정진호는 “어디든 경쟁은 치열하다. 한화에 와보니 여기도 야구 잘 하는 선수들이 많다”며 “시즌을 앞두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호는 “시즌 개막이 밀렸기 때문에 시즌 준비 계획이 틀어진 건 사실”이라면서도 “그렇다고 바뀐 일정 핑계를 대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기회를 맞아 겨우내 다양한 준비를 했기에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정진호는 한화 캠프 합류 전인 지난 1월부터 일본 오키나와에서 상무 복무 동기였던 구자욱(삼성)과 함께 몸을 만들었다. 지난해 일본 프로야구에서 3할을 친 라쿠텐 외야수 아카미나이 긴지 등과 교류하는 기회를 얻었다.

정진호는 “일본에 유명한 트레이닝 코치님과 훈련할 수 있던 게 가장 뜻깊었다”며 “기술적인 변화가 효과가 있는지는 실전을 치러봐야 알 수 있겠지만 캠프 때 몸이 아프지 않았던 게 그 때 운동 덕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캠프에서도 다양한 시도를 했고, 코치님들께 많은 조언을 구했다. 잘 마무리한 것 같다”며 “대전구장도 낯설지 않고 익숙하다. 잠실구장보다 수비 범위가 줄어들 것 같은데, 느낌이 좋다”고 했다. 개막이 미뤄졌어도 정진호에게 새 팀에서의 첫 시즌은 여전히 설레는 것 같았다.

대전 |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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