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전부터 강백호(19·kt)는 가장 주목받는 신인이었다. 만화 <슬램덩크>의 주인공과 같은 이름, 서울고 재학시절 투-타를 겸했던 이력 등 그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들이 많았다. 프로 유니폼을 입고 팬들에게 첫 선을 보인 2018 KBO리그 시범경기 개막전에서도 강백호의 모습은 여느 신인들과 달랐다.
강백호는 지난 13일 삼성과의 경기에서 7번·좌익수로 선발 출장했다. 네번의 타석에서 안타는 뽑아내지 못했지만, 6회 무사 2·3루 상황에서 2루 땅볼을 1타점을 냈다. 1-1 균형을 깨고 kt가 리드를 잡는 중요한 점수였다. 이전 타석에서는 동갑내기 삼성 양창섭의 공을 받아쳐 유격수 직선타로 물러났다. 삼성 유격수 김상수가 몸을 날려 안타를 막아냈다.
8회는 더 인상적이었다. 1사 2·3루 상황에서 강백호가 타석에 들어서자, 삼성 포수가 멀찌감치 바깥쪽으로 빠져앉아 볼을 받았다. 강백호는 볼넷으로 출루했다. 삼성 더그아웃에서 올 시즌 처음 도입되는 ‘자동 고의사구’ 사인을 내지는 않았지만, 만루작전을 염두에 둔 사실상 고의사구였다.
눈에 띄는 장면도 있었다. 강백호는 타석에 들어갈 때마다 타석 옆 흙바닥에 배트 끝으로 그림을 그렸다. 사각형을 그리고, 그 주변에 점을 하나 찍는다고 했다. 타격포인트를 앞부분에 두자고 타석에 서기 전 다짐하는 그만의 의식이었다. 강백호는 “스프링캠프 때부터 생긴 루틴”이라고 설명했다.
강백호는 ‘무작정 패기로 덤벼드는’ 신인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었다. 프로선수로는 처음 팬들앞에 선 경기였는데도 “적응은 거의 다 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을 좀 띄우고 싶다. 띄우고 싶었는데 아래로 깔렸다”며 “타석에서 좀 더 차분해져야겠다”고 말했다. 고교야구 무대에서의 투타 겸업 때문에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이도류’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와도 종종 비교됐지만, 강백호는 “이제 타격에 재미를 붙였다. 타자만 제대로 하기에도 바쁘다”며 타격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이제 강백호는 프로 선배 투수들의 더 많은 공을 경험하는 것, 외야수 수비 적응을 새로운 과제로 남겨두고 있다. 이날 강백호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교체되지 않았다. 여러 선수들을 시험하는 시범경기였지만 kt 선수 중 유일하게 수비 위치 변경도 없었다. 야수보다는 투수로 더 많이 뛰었던 강백호를 외야수 자리에 더 적응시키려고 코칭스태프가 배려한 결과다. 제아무리 강백호라도, 배려가 필요한 신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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