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드러지지는 않았지만 kt 투수 고영표(27)는 매년 성장해왔다. 팀의 3년 연속 최하위에 가려졌지만, 지난 시즌 고영표는 25경기(24선발)에 나와 8승을 거둬 어엿하게 kt의 선발진에 자리했다. 그의 성장은 겨우내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정상급 선발투수로의 가능성을 뽐냈다.
고영표는 13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의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시범경기 개막전에 선발로 마운드에 섰다. 5이닝 동안 안타 5개를 맞고 1실점했지만 삼진도 5개를 잡았다. 구자욱에게 몸에 맞는 공을 하나 허용했을 뿐 볼넷은 하나도 내주지 않았다.
땅볼 유도능력이 좋았다. 아웃카운트 15개를 잡는 동안 외야로 간 뜬공은 단 1개였다. 허용한 안타들도 내야를 통과한 땅볼타구들이었다. 내야수들의 움직임이 한 발 더 빨랐다면 아웃시킬법한 것들도 있었다. 장타도, 연속안타도 없었다. 2회 1실점 후 맞은 3회초엔 선두타자 다린 러프에 중전 안타를 내줬지만, 다음 타자 이원석에게 유격수 땅볼을 유도해 병살타로 막았다. 5회를 제외하고 매회 삼진을 하나씩 잡아내는 등 탈삼진 능력도 좋아졌다.
밑바탕엔 공격적이고 효율적인 피칭이 있었다. 스트라이크를 많이 잡다보니 투구수는 자연스레 줄었다. 고영표의 5이닝 투구수는 불과 53개. 그 중 약 80%인 41개가 스트라이크였다. 다른 투수들의 실전 투구를 점검해야 하는 시범경기 특성상 비교적 일찍 마운드에 내려갔지만, 고영표는 이날 예정했던 투구수를 채우기 위해 강판 뒤에도 불펜에서 공 25개를 더 뿌렸다.
겨우내 구위 향상에 힘쓴 결과가 나타난 듯 했다. 고영표는 “초반에는 구위가 좋지 않았지만 던질수록 좋아지는 걸 느꼈다”며 “투수는 자기 공 구위가 좋아졌는지 직접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스프링캠프 때 포수 형들이 공의 무게감이 좋아졌다고 해줘 (구위가 상승했다는) 짐작은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구속도 빨라졌다. 이날 경기 최고 구속은 시속 140㎞. 예년같으면 시즌 중에야 기록했을 최고구속인데 3월 중순에 이미 찍었다.
물론 사이드암 투수인 고영표의 최고구속은 리그 평균에는 못미친다. 하지만 체인지업이 빛났다. 고영표는 전체 투구수 53개 중 절반에 가까운 26개의 직구를 던졌고, 체인지업은 16개를 섞었다. 최고구속 121㎞였던 체인지업은 직구와 시속 20㎞의 구속차로 상대 타자들을 혼란케했다. 고영표는 이날 던진 체인지업에 대해 “무브먼트가 좋았다. 타자의 스윙을 이끌어낼 수 있는 궤적으로 들어갔다”고 평했다. 무기만 날카로워진게 아니었다. 김진욱 kt 감독은 “고영표는 경기 전 베스트 컨디션이 아니라고 했는데, 타자와의 수싸움과 경기 운영 능력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두 외국인 선발 좌완 라이언 피어밴드-우완 더스틴 니퍼트의 뒤를 성장한 사이드암 고영표가 든든히 받쳐준다면, kt의 탈꼴찌 목표는 꿈이 아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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