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잃었던 ‘유희관다움’을 되찾은 것일까.

두산 유희관(33)이 자신의 올해 첫 시범경기 등판에서 최고구속이 130㎞에 못미치는 느린 공만으로도 무실점 호투하며 선발 진입에 대한 가능성을 높였다. 유희관은 13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9 KBO 시범경기 한화전에 선발 등판해 4이닝 3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이날 유희관의 속구 최고구속은 시속 129㎞에 그쳤다. 그러나 얼핏 모순된 말처럼 들리는 ‘120㎞대 패스트볼’을 전체 투구수 62개 중 29개씩 뿌리면서도 상대 타자들의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110㎞대 중후반대에 형성되는 체인지업에 최저 시속 98㎞에 그친 커브 등을 섞어 느린 속구의 효과를 배가시켰다. 1·2회에 걸쳐 중심타순을 맞아 세 타자 연속 삼진도 이끌어냈다.

1회와 3회 선두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냈을 뿐 특유의 제구력을 바탕으로 한 위기 관리 능력도 선보였다. 3회에는 특유의 빠른 견제동작으로 1루주자를 잡아냈다. 이날 자신의 마지막 이닝이 된 4회 2사 후 연속 중전안타와 유격수쪽 깊은 내야안타로 만루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최재훈을 3루 땅볼을 유도해내 실점없이 경기를 마쳤다.

시범경기이긴 했지만 송광민-김태균-이성열로 이어진 베테랑들이 모두 선발 출전한 한화 중심타선을 봉쇄한 것은 유희관에게 적잖은 성과다. 특히 지난해 이름값에 못미치는 6점대 평균자책점(6.70)으로 부진했던 모습을 올해는 극복할 수 있으리란 기대감을 키웠다. 유희관은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5선발 자리를 놓고 장원준 등과 경쟁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지만, 이날 자신이 느린 공으로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투수가 될 수 있음을 다시 보였다.

경기 후 유희관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공언했던 대로 특유의 밝은 모습을 되찾았다. 유희관은 “캠프 때부터 유지했던 좋은 밸런스로 공을 던졌다는 데 만족한다”며 “새 공인구에 맞춰 스프링캠프에서 많은 준비를 했고 변화구 제구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결과가 좋았다”고 말했다.

선발 로테이션 진입을 놓고 경쟁을 치르는 중이지만 유희관은 “경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장)원준이 형이랑 제가 서로 더 나아진 모습으로 좋았을 때의 모습을 되찾는다면 팀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다. 그것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추운 날씨 속에 치른 시범경기였음에도 ‘100% 컨디션’으로 공을 던졌다는 유희관은 “지금의 좋은 느낌을 개막 때까지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