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송광민(왼쪽)과 장시환. 한화이글스 제공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돌아온 선수들이 밝히는 올 시즌 목표에는 구체적인 숫자가 빠진 경우가 많다. 알게모르게 기록을 향해 생기는 집착을 다스려야 더 좋은 시즌을 보낼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한화의 베테랑 내야수 송광민(37)과 올해 처음 한화 유니폼을 입은 우완 선발자원 장시환(33)은 조금 달랐다. 송광민은 올 시즌 목표를 ‘전경기 출전’으로 잡았다. 장시환은 ‘144이닝’이 목표라고 했다. 144이닝은 한 시즌에 144경기를 치르는 KBO리그의 규정이닝이기도 하다.

구체적인 숫자가 들어갔다고 해서 기록에 목을 매겠다는 건 아니다. 송광민은 “전경기 출전은 부상없이 시즌을 보내면서 납득할만한 성적을 내야 달성할 수 있는 기록”이라며 “한 경기라도 더 뛰겠다는 각오로 목표를 세웠다. 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장시환 역시 “우리 팀이 가을야구를 하기 위해서 내가 할 역할은 시즌 끝까지 로테이션을 지키는 것”이라며 “또다른 목표는 144이닝 이상 투구하는 것이다. 내가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수록 팀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대한 많은 경기와 이닝을 소화할 수 있도록 좋은 성적, 좋은 몸상태를 유지하겠다는 의미를 숫자로 표현한 것이다. 한편으로 이 수치는 최근 3년간 한화에서 보기 힘들었던 것이기도 하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한화에는 144경기를 빼놓지 않고 출전한 선수가 없었다. 같은 기간 전경기 출전 선수가 한명도 없는 팀은 한화와 KIA뿐이다.

한화는 2017~2019년 규정이닝을 채운 토종투수가 한명도 없는 유일한 팀이기도 했다. 같은 시기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삼성에도 백정현과 윤성환, KT에는 김민이 지난해 규정이닝을 넘겼다. 한화에서는 지난해 워윅 서폴드와 채드벨, 2018년 키버스 샘슨 등 외인 에이스들이 마운드를 제 몫을 했지만 토종 선발 발굴이라는 숙제를 풀지는 못했다.

두터운 선수층을 바탕으로 충분한 휴식을 줘가며 적재적소에 기용하는 것이 최근 프로야구에서는 중요하게 여겨진다. 그러나 당장 선수층을 두텁게 늘리기 힘든 한화에서는 많은 경기를 뛰어줄 야수와 많은 이닝을 책임져줄 토종 선발 등 꾸준한 활약을 보여야 할 선수가 필요하다. 이 가운데 팀의 중추를 맡아야 할 두 선수의 다짐은 2018년의 가을야구 재현을 목표로 하는 한화에게 더욱 더 절실하게 다가온다. 송광민은 여전히 한화의 중심타선과 내야수비를 책임져야 하고, 장시환 역시 외인 원투펀치를 뒤에서 받쳐야 할 책임감이 크다.

송광민은 2016년부터 꾸준히 100경기 이상 출전해오기는 했지만 크고 작은 부상 탓에 아직 전경기를 뛴 시즌은 없다. 지난해 풀타임 선발 첫해를 보낸 장시환도 세자릿수 이닝(125.1)을 소화한건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모두 ‘가을야구를 위해서’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보다 좋은 성적을 내 선수로의 가치를 인정받으려는 마음도 둘에겐 크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