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보상선수에서 우승팀 마무리로… 지난해 두산 이형범(26)은 ‘신데렐라’ 같았다. 스프링캠프만 해도 불펜에서 어떤 보직을 맡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개막 후 필승조로 격상되더니 마무리까지 거머쥐고 통합우승의 영광까지 안았다.
첫 풀타임 마무리의 한계도 있었다. 시즌 막바지 힘에 부치는 듯한 모습을 보였고 한국시리즈에서는 사실상 선발요원 이용찬이 마무리 역할을 맡았다. 함덕주 등 마무리 역할을 했던 투수들도 있어 올해 입지를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김태형 두산 감독은 캠프 기간 초반부터 마무리로 이형범을 낙점했다.
일본 미야자키 캠프에서 만난 이형범은 감독의 꾸준한 믿음에 대해 “20세이브를 거둔 적이 있는 것도 아닌 제게 감독님이 자신감을 심어주려는 게 아닐까”라고 답했다. 2년 연속 맡게되는 마무리 자리가 익숙해질 법도 하지만 이형범은 “스스로를 마무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간투수의 스케줄에 맞춰 몸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타자의 앞에서 크게 꺾이는 투심패스트볼을 주무기로 삼았던 이형범은 올해도 자신의 공을 더 정교하게 다듬기 위해 애썼다. 결과물도 나쁘지 않았다. 지난달 25일 8-7 신승을 거뒀던 일본 프로야구 세이부와의 연습경기 때 이형범은 2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세이브를 챙겼다. 지난 5일 미야자키에서의 자체 청백전에서도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본인은 스스로를 ‘마무리’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입지가 불안했던 1년 전보다 계획적으로 몸을 만들고 등판하며 시즌을 준비해나갔다.
두산의 불펜은 야수진과 선발진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듣는다. 그럼에도 두산이 다른 팀보다 더 경기 막판 극적인 승부를 연출할 수 있는데는 불펜의 버티는 힘이 강한 덕도 크다. 두산 불펜 일원으로 한 해를 보낸 이형범에게 두산 불펜의 강점을 물으니 “각자 자신들의 장점이 확실하다. 그리고 경기를 치르면서 그걸 잘 이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하나, 위기상황에서의 등판이 두산 투수들의 자신감을 키웠다. 두산의 지난해 투수진 승계주자 수는 304명으로 리그 3위였다. 이 부문 1·2위가 시즌 내내 실점위기가 많았던 하위권의 한화-롯데였음을 감안하면 두산은 누상에 주자가 있을 때 투수를 교체하는 성향이 강한 팀임을 알 수 있다. 이형범은 “투수 입장에선 주자없을 때 마운드에 오르는게 좋긴 하다”면서도 “위기 상황에서 점수를 안주고 내려오면, 그 다음에 주자없는 상황에 등판할 때는 보다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두산의 투수코치들도 ‘점수 줘도 된다. 부담 갖지말고 던져라’고 격려한다. 그러면서 이형범은 마무리를 처음 맡을 때의 떨리던 심장을 더욱 강하게 단련할 수 있었다. 캠프 기간 체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한 이형범은 이제 풀타임 마무리의 몸까지 갖추고 새 시즌을 대비하고 있다. 이형범은 “팬들께서 지난해와 올해 캠프 ‘복덩이’라고 많이 말씀해주셨는데, 올 시즌에도 같은 말을 들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매경기 ‘점수만 주지 말자’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다보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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