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흠 장관 사의 수용
LH 1차 조사 발표 후 기류 급변
정 총리·여권서도 사퇴 압박
임시국회 후 내달 초 물러날 듯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사의를 수용한 것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으로 인한 민심 이반이 걷잡을 수 없다는 여권 내 위기감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LH 투기 의혹이 불거진 이후에도 2·4 부동산대책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며 변 장관 경질론에 선을 그었지만, LH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자 더 이상 변 장관 체제를 끌고가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여러 막말 논란과 야당의 반대에도 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했던 변 장관을 석 달 만에 교체하게 되면서 ‘인사 실패’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문 대통령은 불과 이틀 전인 지난 10일까지도 “2·4 부동산 공급대책의 차질없는 추진”을 강조하며 변 장관 유임 쪽에 무게를 뒀다. 변 장관이 3기 신도시 개발을 포함한 공공주도의 공급확대책인 2·4대책의 설계자인 만큼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서도 변 장관 역할이 더 필요하다는 기류였다. 이날 오후에도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변 장관 경질론에 대해 “일전에 밝힌 청와대 입장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고 했다. 변 장관 역시 이날 오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대통령에게 아직 사의 표명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경질론이 들끓고, 전날 발표된 정부 합동조사단의 1차 조사 결과가 오히려 민심 악화를 부채질하면서 기류가 급변한 것으로 보인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전날 “변 장관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사퇴를 압박했고,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지난 8일 문 대통령에게 변 장관의 교체를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퇴 압박이 이어지던 와중 이날 오후 LH 간부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는 등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변 장관이 사의를 표명했고, 문 대통령도 이례적으로 결단을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 변 장관은 3월 임시국회에서 2·4대책 관련 입법이 마무리된 후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쯤 물러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변 장관 사의로 이번 사태가 수습될지는 미지수다. 당장 ‘변창흠표’ 공급대책이라며 힘을 실어줬던 2·4대책이 제대로 추진될지 불투명하다. 또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구의역 김군’ 사망사고 막말 논란 등 여러 부적절한 발언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정책 기조 전환을 위해 필요하다며 변 장관 임명을 강행했던 문 대통령 책임론도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변 장관 사의 표명에 대해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민심을 따른 적절한 조치”라며 “당은 2·4대책을 차질없이 추진하기 위한 입법·실행계획을 내고 투기 근절, 재발 방지, 불법이익 환수 대책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변 장관 해임 요구를 이제야 수용하니 만시지탄”이라며 “변 장관이 물러나도 LH 사장 재임 시기에 대한 철저한 수사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배 대변인은 “대통령은 국정 최고책임자로서의 사과와 함께 전면적인 국정 쇄신에 대한 입장도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은 “대통령이 지켜야 할 것은 변 장관도, 2·4대책도 아니다”라며 “부동산 투기 근절에 대한 책임있는 결단과 2·4대책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한데, 정부의 책임있는 모습은 나오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주영·박용하·윤승민 기자 young7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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