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외인타자 호세 페르난데스가 지난 1일 일본 미야자키 소켄구장에서 웃음을 띄며 타격연습을 하고있다. 두산베어스 제공

 

지난해 두산의 통합우승을 경험했던 외인 선수 중에서는 타자 호세 페르난데스(32)만이 두산과 재회했다. 지난해 2번 타순에서 뛸 때가 많았던 페르난데스는 197안타로 리그 최다안타 타이틀을 거머쥔 것은 물론이고 역대 한 시즌 최다안타 2위, 외인 최다안타 기록도 새로 썼다.

한국에서의 두번째 시즌, 페르난데스는 도약을 꿈꾼다. 이미 두산의 최근 ‘외인 타자 잔혹사’를 깼다는 것만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지만, 더 많은 장타를 쳐 팀 타선에 더 보탬이 되리란 각오를 다졌다. 그가 장타를 늘리면 두산 타선의 위력은 배가될 수 있기에 페르난데스는 두산의 ‘키맨’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15홈런을 친 페르난데스는 스프링캠프 기간 올 시즌 ‘20홈런’을 당면 목표로 내걸었다. 일본 미야자키 캠프에서 페르난데스는 “지난 시즌을 돌이켜봤을 때, 파워가 부족했던 것은 아니었다”며 “홈런을 칠 수 있는 상황에서 심리적으로 위축됐다. 올해는 육체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즌 준비에는 별다른 변화를 주지 않았지만, 보다 자신감있게 타격에 임한다면 장타 생산도 더 늘어날 수 있다고 페르난데스는 예상했다. 그는 “아마 시즌에 돌입하면 제게 좋은 구종이 들어오지 않을 것 같다”며 자신에 대한 상대의 견제도 마음에 뒀다. 그러면서도 “원하는 구종이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면 좋은 타격을 하겠다”며 적극적인 타격을 다짐했다.

두산은 다가올 시즌 1·2번 타순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적격자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다양한 조합을 시도할 수 있어서다. 한 때 ‘강한 2번’ 바람 속에 기동력이 떨어져도 중장거리포가 있는 타자들이 2번에 배치된 경우가 많았고, 페르난데스도 그런 유형의 2번타자였다.

지난해 공인구 반발계수가 줄면서 타고투저 현상이 완화됐고 그러면서 한동안 주춤했던 ‘발야구’가 다시 주목받았다. 두산이 막바지 정규시즌 대역전 우승을 지난해 이뤘을 때도 되살아난 발야구의 위력 덕을 봤다. 지난해와 같은 공인구를 쓸 올해도 이 흐름이 유지될 것으로 보일 가운데 두산은 박건우와 정수빈, 허경민 등 주루능력이 뛰어난 선수들을 2번에 배치할 고민도 하고 있다. 페르난데스가 장타를 늘려 중심타선으로 배치된다면, 발빠른 1·2번의 위력을 극대화해 한두점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는 타선을 꾸릴 수 있게 되고 두산의 위력은 더 커진다.

페르난데스가 두산의 키맨인 이유는 또 있다. 캠프에서 페르난데스는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해 왔다. 같은 스페인어권인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투수 라울 알칸타라와 함께 장난을 치는 것은 물론이고, 청백전이나 수비 훈련 때 큰 소리로 파이팅을 불어넣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페르난데스는 “어린 선수들이 자신있게 플레이하도록 목소리를 냈다”며 “두산은 가족같은 팀이다. 모두가 원팀이 되는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게 파이팅 소리를 냈다”고 말했다. 두산 특유의 활달한 더그아웃 분위기를 올해도 이어가는 데 일조하겠다는 목표를 캠프 때 세웠던 페르난데스는 정규리그에서도 팀의 좋은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제 역할을 할 참이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