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과의 연습경기를 앞두고 수비훈련 중인 키움 박병호. 키움히어로즈 제공

10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과의 연습경기를 앞두고 수비훈련 중인 키움 박병호. 키움히어로즈 제공

‘영웅군단의 4번’ 박병호(33·키움)의 올해 자리는 3번 혹은 2번이 될까. 박병호에 대한 타순 실험이 스프링캠프에 이어 시범경기에서도 계속 이어진다.

장정석 키움 감독은 10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과의 연습경기에 앞서 “4번 박병호는 잊어줬으면 한다. 박병호를 2번, 3번타자로 조정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병호의 타순 조정은 스프링캠프에서도 있었다. 박병호는 캠프에서 다른 구단과 치른 6차례의 연습경기 중 5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이 중 4경기에선 3번타자로 나섰고, 지난 3일 NC와의 마지막 연습경기에서는 2번 타순에 선발 출장했다.

언뜻 일시적인 실험같아 보였지만 박병호의 타순 변화는 오는 12일 개막하는 시범경기에서도 계속 이어지게 된다. 장정석 감독은 “강한 타자가 앞에 서면 득점력이 올라간다고 본다. 2번 타순으로 나오면 전보다 한 시즌에 40타석 정도는 더 들어설 수 있다”며 “지난해 장타자 마이클 초이스를 2번에 넣는 실험이 성공하지 못했지만, 박병호는 출루율과 장타력이 좋은 선수이기에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메이저리그는 홈런왕 출신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 등 팀내 최고 타자를 2번 타순에 기용하는 경향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박병호는 “팀이 좋은 방향을 찾으려고 하는 것이기에 타순에 연연하지 않는다. 거부감은 없지만 책임감이 생긴다”며 타순 변화 실험을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지난해 정규시즌 말미부터 포스트시즌에까지 맹타를 휘두른 외국인 타자 제리 샌즈와 김하성 등 박병호 대신 4번을 맡을 장타자가 있다는 점도 키움의 실험을 가능케하는 요인이다. 다만 장 감독은 “선수들마다 루틴이 있고, 이 때문에 타순 변화가 민감할 수 있다”며 “박병호와 많은 대화를 해보고, 시범경기 성적도 지켜본 뒤 정규시즌 기용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경기에서는 지난해 성폭행 혐의로 논란을 일으켰다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고 복귀한 투수 조상우도 1이닝을 투구하며 최고구속 시속 152㎞를 뿌려 여전한 강속구를 뽐냈다. 조상우는 9회 마운드에 올라 안타 1개, 볼넷 1개를 내줬지만 유격수 땅볼을 세차례 유도하면서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20개의 공 중 18개가 패스트볼이었고, 평균 시속도 150㎞에 달했다. 경기는 2루타 2개로 2타점을 올린 오재일의 맹타를 앞세운 두산의 5-0 승리로 끝났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