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성. 이석우 기자

김민성. 이석우 기자

미국 메이저리그 각 구단이 스프링캠프에 돌입한 뒤에도 브라이스 하퍼를 비롯한 주요 자유계약선수(FA)들 중 행선지를 찾지 못한 이들이 많다. 그 못지 않게 칼바람이 불었던 KBO리그 FA 시장은 빅리그보다는 조금 나은 편이지만 내야수 김민성(31)의 앞길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올 시즌 KBO리그 개막이 채 한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국내 프로야구 FA 중 계약하지 못한 선수는 투수 노경은과 김민성뿐이다. 원소속팀 롯데와의 협상 결렬 뒤 미국 진출에 도전하는 노경은과 달리 김민성은 국내 리그에서 뛰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다만 스프링캠프 출발을 눈 앞에 둔 상황에서 계약이 급진전됐던 다른 FA들과 달리 협상이 진척되지 않고 있다. 3월초까지는 계약을 마무리하겠다는 이야기도 최근 돌았지만 키움 관계자는 “협상 마무리시기, 잔류 여부 등은 확정되지 않았다.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만 내놨다.

‘준척급’으로 분류된 FA들에게 구단들이 큰 금액을 지출하지 않으려는 최근 시장 흐름, 선수들에 대한 지출을 줄이려던 키움 구단의 방침 등이 맞물려 김민성의 협상은 늦어졌다. 지난달 중순 임은주 단장이 부임한 뒤 열흘만에 교체되는 등 뒤숭숭했던 구단 분위기도 협상에 속도를 낼 수 없던 요인이었다.

3루수가 상대적으로 빈약한 팀들과의 ‘사인 앤드 트레이드’ 가능성도 거론됐으나, 김민성을 원하는 팀들이 적절한 트레이드 상대를 제시하지 않아 진전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상대적으로 연봉이 적은 저연차 선수들이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맹활약한 점도 김민성에겐 불리한 부분이다. 키움은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맹타를 휘둘렀던 송성문, 1·3루 수비를 겸할 수 있는 장영석뿐 아니라 주전 유격수 김하성까지 올해 스프링캠프 연습경기 때 번갈아 3루수로 기용하고 있다. 김민성의 합류 여부와 관계없이 시즌을 치를 수 있도록 준비중이다.

김민성의 FA 협상이 파국까지 치달을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등록일 수 하루 때문에 FA 자격을 얻지 못하고 맞은 지난 시즌 성적이 아주 빼어나지는 않지만 아직 30대 초반 나이에 2할8푼대 타율에 두자릿수 홈런, 안정된 수비를 기대할 수 있는 3루수라는 점은 김민성의 강점이다. 팀 안팎으로 잡음이 심했던 시기에 주장을 맡아 히어로즈의 좋은 성적을 이끈 보이지 않는 공헌은 구단도 알고 있다. 다만 구단과 세부사항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을뿐이다.

키움은 김민성 측과 더 많이 만나 협상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협상을 에이전트에 맡겨두고 일본 가고시마로 개인훈련을 떠났던 김민성이 최근 국내로 돌아와 협상 속도가 빨라질 여지가 생겼다. 김민성은 지난 25일 에이전트와 함께 김치현 키움 단장을 만나 협상에 임했다. 키움 구단 관계자는 “구단이나 선수 모두 시즌 개막 전에 협상을 마무리짓겠다는 데는 입장이 같다”고 말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