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의 3루수 자리를 높고 경쟁하는 테일러 모터(왼쪽)와 김웅빈. 키움히어로즈 제공

 

코로나19 때문에 마음졸인 순간도 있었지만 프로야구 키움은 대만에서의 스프링캠프를 만족스럽게 마쳤다.

올 시즌 국내 구단들 중에는 홀로 중화권 국가인 대만으로 떠났지만 1·2군 선수단이 근거리에서 훈련하며 활발히 교류할 수 있었다. 연습경기 때 만난 대만 프로팀의 수준도 결코 낮지 않았다는 게 키움의 평가다.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귀국 비행편을 찾느라 고생하기도 했지만 큰 일정 변동 없이 10일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됐다.

또 만족스러운건 캠프를 앞두고 영입한 선수들이 팀내 경쟁을 자극했던 점이다. 새로 영입한 외인 3루수 테일러 모터와 KIA에서 트레이드된 박준태가 팀내 취약 포지션의 경쟁을 불러일으켰다는 게 자체 평가다.

캠프 출발 직전 키움에 새로 합류한 박준태는 대만에서 매일 빠짐없이 야간 개인훈련에 임했다. 전반적으로 팀 훈련 시간이 길지 않은 키움에서 박준태의 모습은 기존 외야수들에게 자극제가 됐다. 키움은 이정후에게 돌아갈 한 자리를 뺀 나머지 외야 두자리를 놓고 경쟁을 유도했는데, 박준태가 경쟁에 불을 지폈다.

‘연봉 90% 삭감’을 받아들이고 자존심 회복에 나선 이택근도 분발하면서 키움 외야의 경쟁은 더욱 뜨거워졌다. 키움 관계자는 “2군 캠프에서 이택근이 야수들 중 가장 빠른 100m 달리기 기록을 냈다고 하더라. 그만큼 올해 달라진 모습으로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의지가 커 보였다”고 전했다. 뜨거워진 경쟁은 대만팀과의 연습경기 성적으로 이어졌다. 임병욱이 10타수 5안타(타율 0.500), 김규민이 9타수 5안타(0.556)를 기록했고 이택근도 9타수 7안타(0.778)에 홈런 1개를 보탰다. 캠프 타격감이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지만 많은 기회 속에도 더 많은 성장을 이뤄야 한다는 평가를 듣던 키움 외야수들이 분발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외인 3루수 모터의 가세도 효과를 봤다. 3루수 경쟁자인 김웅빈에게 ‘더 잘해야겠다’는 동기부여를 준 것이다. 키움은 송성문의 상무 입대와 장영석의 KIA행으로 그렇지 않아도 약점으로 꼽혔던 3루수 선수층이 얇아졌으나 토종 3루수 후보인 김웅빈의 성장으로 위안을 받고 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 선발 3루수로 나서기도 했던 김웅빈은 이번 캠프 대만팀을 상대로 14타수 4안타(0.429), 2홈런을 더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임을 알렸다. 모터가 외야수비도 가능한데다, 키움에 위력적인 토종 타자들이 많은만큼 김웅빈이 1군에서 자리잡는 시나리오도 실현 가능하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