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야수 김민성(31)은 자유계약선수(FA)의 권리를 누리기는 커녕 FA와 악연이라도 맺은 것처럼 잇달아 이례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 등록일 하루 때문에 FA 자격을 예상보다 1년 늦게 취득했는데, 어렵게 FA 자격을 얻은 뒤에도 2월이 되도록 협상을 마무리짓지 못하고 있다.
프로야구 각 구단이 스프링캠프를 떠난 지난 1월말에도 김민성은 미계약 FA였다. 원소속팀 키움의 동료 이보근과 한화의 이용규·최진행 등이 캠프 출발에 앞서 부랴부랴 FA 계약을 체결했지만 롯데와의 FA 협상이 결렬된 노경은과 함께 김민성은 FA 계약을 마치지 못하고 2월을 맞이했다.
김민성 개인으로서는 2017년부터 이어온 FA와의 ‘악연’이 2019년이 되도록 끝나지 않은 셈이다. 김민성은 2017년 자신의 FA 자격 취득을 놓고 법원에 한국야구위원회(KBO)를 상대로한 가처분신청을 냈다. 김민성은 2010년 롯데에서 넥센(현 키움)으로 트레이드될 당시 KBO의 트레이드 허가가 늦어져 1군 등록이 늦어졌다. 김민성은 그 해 등록일 1일이 모자라 FA 자격을 2017시즌 후 얻지 못하게 됐으니, KBO의 트레이드 허가 유예로 늦어진 등록시점을 감안해 시즌 후 FA 자격을 인정해 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KBO가 고의적으로 7년 뒤 FA 등록을 막기 위해 트레이드 허가를 늦춘 것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김민성의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민성은 등록일 하루가 모자라 FA 취득 시기를 1년 뒤로 미뤄야 했다.
1년 뒤 겨우 FA가 됐지만 김민성은 새해를 맞고 한 달이 지난 뒤에도 계약에 이르지 못했다. 김민성은 지난해 안팎으로 풍파를 겪은 히어로즈의 주장을 시즌 도중 맡아 팀 분위기를 추스르고 플레이오프 무대도 밟았다. 하지만 홈런(15→10개)과 타점(78→45타점) 등 개인 성적은 오히려 1년 전보다 처진 와중에 송성문 등 젊은 내야수들이 가을 무대에서 맹활약하며 팀 내 입지도 상대적으로 좁아졌다.
더군다나 FA 시장에 부는 찬 바람은 전보다 더욱 거세지고 있다. 1월말까지 계약을 미룬 FA들도 옵션보다 보장금액이 적은 계약에 마지못해 도장을 찍어야 했다. 구단들의 완고한 태도에 선수들이 저자세로 협상에 임하는 상황이 전보다 더 완연해졌다.
이 와중에 김민성은 끝내 협상을 2월까지 이어가고 있다. 협상은 에이전트에게 맡긴 채 김민성은 일본으로 개인 훈련을 떠났다. 일단 FA 미아 신세에 몰리는 상황을 피한 게 다행인 상황이지만 협상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는 알 수 없다. 키움 구단 관계자는 “설 연휴 기간에도 김민성 측 에이전트와 통화하며 교감을 나눴다”면서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채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한다. 일찍 결론이 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스토브리그 초입부터 제기됐던 ‘사인 앤드 트레이드’ 가능성도 배제할 수만은 없는 가운데서 팀 훈련에 오래 빠져있는 것이 김민성에게 좋은 일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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