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을 치르면서 두산이 언제나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좋은 팀이란 걸 알게 됐습니다. 올해 이들과 꼭 우승을 완성하고 싶습니다.”

수많은 장수 외국인들이 한국을 떠난 올해, 조쉬 린드블럼(32)은 ‘우승후보’ 두산의 에이스이자 올해 KBO리그의 최장수 외국인 투수로서 또다른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10일 일본 오키나와현 우루마시 구시카와구장 두산 스프링캠프 현장에서 만난 린드블럼은 “지난해 한국시리즈의 아쉬움은 지우고, 올해도 내가 등판한 경기만큼은 팀이 꼭 이길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두산 조쉬 린드블럼이 10일 일본 오키나와현 구시카와구장 실내연습장에서 ‘스포츠경향’과 인터뷰한 뒤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키나와 | 윤승민 기자

두산 조쉬 린드블럼이 10일 일본 오키나와현 구시카와구장 실내연습장에서 ‘스포츠경향’과 인터뷰한 뒤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키나와 | 윤승민 기자

■ “최정이 잘 쳤을 뿐”

린드블럼은 지난해 평균자책점 1위(2.88), 다승 공동 2위(15승)에 오르고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는 등 리그 최고 에이스로 군림했다. 두산과 옵션 포함 최대 192만달러에 재계약해 한국에서 5번째 시즌을 보내게 됐다. 브룩스 레일리(롯데)와 함께 올해 최장수 외국인 선수로 기록됐다. 린드블럼은 “한국 리그에서 외국인 선수가 2~3년 이상 뛰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안다. 한국 문화가 미국과 다르다는 점에 구애받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야겠다’고 생각한 덕분에 한국에서 오래 활약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에 오기 전 레일리, 메릴 켈리(애리조나·전 SK)와 함께 매니지먼트사로부터 ‘한국문화에 대한 컨퍼런스’를 들었던 것도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린드블럼은 더 좋은 성적을 내고픈 열망이 강하다. 지난해 문턱에서 놓친 한국시리즈 우승이 아쉽기 때문이기도 하다. 린드블럼은 시리즈 6차전 두산이 SK에 4-3으로 앞선 9회초 마무리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첫 두 타자를 삼진처리 했지만 최정에게 동점 솔로홈런을 맞았다. 연장 13회 승부로 SK에 져 홈에서 상대의 우승을 지켜봐야 했다. 린드블럼은 “다시 그 때로 돌아가도 아마 같은 승부를 할 것만 같다. 상대(최정)가 정말 잘 쳤을 뿐”이라며 “선수단과 팬들이 나에게 많은 기대를 걸었을텐데 실망시켜켜서 미안하고 아쉽다”고 말했다.

두산을 알면 알수록 자신감은 커진다고 했다. 린드블럼은 “선수들이 야구를 대하는 태도(Work ethic)가 좋다. 모든 선수들이 이기고 싶어하고, 베테랑과 리더들이 쉬는 날에도 훈련하면 어린 선수들이 따른다”고 했다. 린드블럼도 팀의 에이스이자 베테랑으로서 젊은 투수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베테랑들은 어린 선수들에게 자신의 경험과 아는 바를 전달해야 할 책임이 있다”면서도 “한국 문화상 어린 선수들이 나에게 먼저 다가와 묻는 경우가 드물다. 언제든지 다가와서 많은걸 물어봤으면 좋겠다”는 또다른 조언도 잊지 않았다.

■ “막내딸 먼로 심장수술 잘돼”

구단의 배려와 팬들의 사랑도 린드블럼이 의지를 더욱 불태우게끔 한다. 린드블럼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여러 시상식에서 수상자로 오르면서 영상 메시지를 통해 팀과 팬들에 대한 감사를 빼놓지 않았다. 그는 “구단도 팬들도 외국인인 나와 내 가족들을 가족인 것처럼 인정해주고 사랑해줬다”며 “이제는 한국은 나에게 ‘제 2의 고향’이 됐다”고 말했다. 희귀 심장 질환을 앓다 지난 겨울 수술한 세살배기 막내딸 먼로의 소식도 전했다. 린드블럼은 “수술이 잘 됐다. 심장 수술을 두번 받은 아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아직 ‘완치’라고 못박을 수는 없고 더 자란 뒤 재발할 위험성이 남아있긴 하지만, 당분간은 수술 없이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린드블럼은 “지난 시즌이 평소보다 늦게 끝났고 올 시즌은 평소보다 일러 개막해 컨디션 조절이 힘들 것 같았지만 몸만들기가 생각보다 잘 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매 경기 ‘전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게 목표다. 구장을 가득 채운 팬들을 만나고 싶다”며 밝게 웃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