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경기장 들어가던 ‘빙속 황제’, 보안 요원 검색 요구에 당황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가 열리는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여느 경기장과 마찬가지로 이곳에 기자나 스태프 등이 들어갈 때는 보안검색을 거쳐야 한다. 경기장 출입 허가를 받은 사람에게 발급되는 AD카드를 인식시켜 신분을 증명한 뒤 보안검색대와 금속탐지기를 지나야 한다.
지난 5일 낮 12시50분쯤. 키 큰 백인 남성이 보안검색대 옆을 지나쳐 성큼성큼 경기장으로 들어갔다. 자원봉사자들과 보안요원들은 순간 당황했다. 이미 여러 사람들이 줄지어 검색대 앞에 서 있던 상황. 보안요원들은 다급히 남성의 등 뒤로 “헤이” 하며 소리쳤다. 유유히 경기장으로 들어가는 듯했던 남성이 다시 보안검색대로 다가왔다. 털모자를 눌러쓰고 백팩을 멘 그는 오렌지색 점퍼를 입고 있었다. 점퍼에 쓰인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네덜란드’.
남성은 결국 보안검색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그의 AD카드가 읽혔다. ‘삑’ 소리와 함께 남성은 보안검색대로 다가갔지만, 보안요원들은 다시 남성을 불렀다. AD카드 인식기에서 소리는 났지만 신원 확인이 안된 듯했다. 뒤로 잠시 물러서자 이번엔 AD카드 인식기가 제대로 반응했다. 모니터에 나타난 그의 이름은 ‘스벤 크라머르’(사진).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최강자인 그 크라머르였다.
크라머르의 뒤를 따라온 네덜란드 대표팀 코칭스태프도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보안요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우왕좌왕하는 가운데 “주황색 옷 입은 사람은 그냥 들여보내라”는 말이 오갔지만, 어쨌든 크라머르와 코칭스태프는 보안검색 절차를 마친 뒤에야 경기장에 들어설 수 있었다. ‘빙속 황제’라지만 요원들은 크라머르가 누군지 알아보지 못한 듯했다. 외국 동계 종목 선수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벌어진 ‘크라머르의 굴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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