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남자 쇼트트랙 1500m에 출전하는 정광범(왼쪽)이 4일 강릉영동대 쇼트트랙 경기장에서 훈련 도중 윤철 감독과 이야기하고 있다. 강릉 | 연합뉴스

북한 남자 쇼트트랙 1500m에 출전하는 정광범(왼쪽)이 4일 강릉영동대 쇼트트랙 경기장에서 훈련 도중 윤철 감독과 이야기하고 있다. 강릉 | 연합뉴스


‘사각사각’ 스케이트날이 얼음을 지치는 소리만 들렸다.

4일 오전 강원 강릉영동대 쇼트트랙 보조경기장에서 열린 북한 쇼트트랙 대표팀의 공개 훈련 현장. 같은 시간대 훈련하기로 돼 있던 중국 대표팀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북한 대표팀은 의도치 않았던 ‘단독 훈련’을 침묵 속에 진행했다.

북한 쇼트트랙 대표팀의 윤철 감독과 정광범(17), 대표팀 관계자들은 이날 오전 10시 강릉영동대에 도착했다. 예정된 훈련 시작 시각을 10분 앞둔 오전 10시50분쯤 윤 감독과 정광범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2일 훈련 도중 부상을 당한 최은성(26)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훈련장에 나오지 않았다.

경기복 위에 점퍼를 걸친 정광범이 자신을 향한 시선을 의식한 듯 고개를 푹 숙이며 얼음판을 지쳤다. 윤 감독과 정광범이 트랙 코너를 표시하는 블록을 직접 놓은 뒤 훈련을 시작했다. 정광범은 중장거리 코스와 단거리 코스를 번갈아 질주했다. 정광범이 코너를 돌 때마다 윤 감독은 속도를 내라는 듯 “헛, 헛” 소리를 냈다. 한 차례 질주를 끝낼 때마다 윤 감독이 정광범에게 다가가 손짓을 하며 조언을 건넸다. 둘은 트랙을 두어 바퀴 돌면서 이야기를 주고받았는데, 정광범은 ‘열중쉬어’ 자세로 두 손을 등 뒤로 모으고 허벅지를 붙인 채 감독의 말을 듣는 식이었다.

북한 대표팀 관계자들은 트랙 밖에서 캠코더와 카메라로 정광범의 훈련을 촬영했다. 서로 얘기를 나눴지만 경기장에서 대화 내용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 다음 시간대에 훈련할 캐나다 선수단이 낮 12시쯤 왁자지껄하게 등장할 때까지 훈련은 대부분 침묵 속에 진행됐다. 고함과 웃음소리가 이따금씩 들렸던 유럽·캐나다 선수들의 훈련과 사뭇 대조됐다.

정광범은 윤 감독의 구령에 맞춰 스타트하는 훈련을 두 차례 한 뒤 예정된 시간보다 약 6분 빠른 낮 12시9분쯤 훈련을 마무리 지었다. 정광범을 비롯한 대표팀 관계자들은 트랙 밖 대기실에서 마무리 운동을 한 뒤 낮 12시50분쯤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훈련 소감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굳게 입을 다물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