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프리스타일스키 모굴 국가대표 서지원, 서정화, 서명준(왼쪽부터)이 2일 강원 횡성군 웰리힐리파크에서 열림 미디어데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횡성|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프리스타일스키 모굴 국가대표 서지원, 서정화, 서명준(왼쪽부터)이 2일 강원 횡성군 웰리힐리파크에서 열림 미디어데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횡성|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동계올림픽에 가족 및 일가 친척 선수들이 출전한 사례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스켈레톤 남자 종목에는 라트비아의 토마스·마르틴스 두쿠루스 형제가 세계 최강자로 군림했다. 루지 더블(2인승)에는 2010 밴쿠버 올림픽·2014 소치 올림픽 때 안드레아스·볼프강 링거(오스트리아)와 주리스·안드리스 식스(라트비아) 두 형제가 나란히 시상대에 서기도 했다. 캐나다 프리스타일 스키 여자 모굴 대표팀에는 뒤푸르라푸앵트 세 자매가 함께 출전한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둘째·셋째가 1·2위를 차지했는데, 2018 평창 올림픽에서는 세 자매가 1·2·3위 동반 입상을 노린다.

한국 프리스타일 스키 모굴 국가대표팀에도 ‘삼남매’가 있다. 정확히는 친남매와 친척 동생이다. 주인공은 맏언니 서정화(28)와 그의 남동생 서명준(26), 친척 여동생 서지원(24·이상 GKL스키단)이다. 저마다 올림픽 경험은 조금씩 다르지만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첫 동시 출전을 앞두고 있다.

셋은 수년간 모굴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그 유대감은 특별하지만 그래서인지 ‘가족끼리 서로 의지하느냐’는 질문에는 서로 쑥쓰러워했다. 2일 강원 횡성군 웰리힐리파크에서 열린 모굴 대표팀 미디어데이에서 서명준은 “이미 오랫동안 같이 대표팀 생활을 해왔다. 기술적인 부분만 조언을 주고 받는다”고만 했다. 다만 서명준은 “올림픽이 처음이라 선수촌 생활 등에 대해 누나에게 여러가지 묻고 있다”고 말했다. 평창 대회가 첫 올림픽 출전인 서명준과 달리 서정화는 2010·2014년 올림픽에 출전했던 베테랑이다.

2014년 소치 올림픽에 출전했던 막내 서지원은 친척들과의 대표팀 생활에 대해 좀더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서지원은 “나쁜 일을 생각하면 거기에 빠져버리는 게 내 단점”이라면서 ‘긍정왕’ 서명준에게 조언을 구한다고 했다. “제가 뭔가가 잘 안돼 침울해있으면, 오빠는 ‘그냥 해버리면 되잖아’라고 답해줘요. 그럼 혼자 앓고 있던 마음이 나아지는 것 같아요.”

서지원은 가족들과 함께 선수생활을 하는게 좋다면서도 “가족이긴 하지만 라이벌이기도 하니 민감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친척 언니 서정화와는 같은 종목 라이벌이기에 고충이 있단다. “자매끼리 갈등이 생기면 치고받고 싸우면서 풀텐데, 언니면서도 선수니까, 차마 다투지 못해요. 그러면 서로 말을 안하다가 오히려 사이가 어색해지기도 하구요.” 그래도 서정화는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 곁에 있어서 좋다고 했다.

세번째 대회만에 친동생과의 동반 출전을 이룬 서정화는 두 동생들을 “가족이라기보다는 팀 동료”라고 했다. 그래도 가족끼리 함께 여러 국제대회를 함께 다니면 “가족인게 티가 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서정화는 “친동생이 그간 올림픽에 못 나가 부모님이 아쉬워하셨는데 이번에 같이 나가게 돼 뿌듯해하신다”는 말을 대신 전했다. 셋 중 누가 잘했으면 좋겠냐는 질문에는 “다 잘하면 좋지 않나요”라고 답했다.

‘한국 설상 종목 첫 메달 기대주’로 지목받은 최재우(24·한국체대)보다 남매에 대한 기대치는 높지 않은게 사실이다. 하지만 셋은 평창 무대에서 그동안 준비한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서정화와 서명준은 다른 선수들보다 더 난이도 높은 공중동작을 완벽히 선보이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서명준은 “이번 대회가 국내 모굴 선수들이 더 늘어나고, 또 다양한 기술을 익히게 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포부도 품고 있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