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스프링캠프가 열린 일본 오키나와 구시카와구장 주변에는 11일 오전 부슬비가 내렸다. 실내연습장에서 몸을 푼 야수들이 별안간 한가운데로 모이더니 팀을 둘로 나눠 양 끝에 섰다. 시작 구호에 맞춰 양 팀 선수들은 한명씩 빠른 옆걸음으로 실내연습장 인조잔디에 그려진 내야 다이아몬드 흰 선 위를 시계 방향으로 돌았다. 한바퀴를 돈 선수는 같은 팀 선수와 손바닥을 맞부딪히며 릴레이를 이어갔다.

두산 선수들이 11일 오키나와의 실내연습장에서 스킵훈련을 하고 있다. 윤승민 기자

두산 선수들이 11일 오키나와의 실내연습장에서 스킵훈련을 하고 있다. 윤승민 기자

깜짝 진행된 시합에 대해 고영민 두산 주루코치는 “선수들의 ‘스킵’ 능력 향상을 위한 훈련”이라며 “스킵만 빨라져도 선수들이 더 빠르게 주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킵이란 누상에 나간 주자들이 인플레이된 타구를 바라보며 진루와 귀루를 결정하기 전 옆으로 폴짝폴짝 뛰는 동작을 뜻한다. 고 코치는 “많은 선수들이 주루할 때 하체보다 상체 움직임을 신경쓰는 경향이 있다”며 “스킵 동작에만 조금 더 신경써도 평소보다 가속도를 빨리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킵 훈련이 노리는 또다른 효과는 선수들의 상체 회전과도 관계가 있다. 고 코치는 “좌타자들은 오른쪽으로 몸통을 돌리는 게 익숙하다 보니 1루 진루뿐 아니라 도루할 때도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좌타자들은 스윙할 때 자신의 오른쪽으로 상체를 회전하게 되는데, 1루에서도 홈플레이트를 바라보며 서 있다가 몸을 오른쪽으로 틀어야 하기 때문에 우타자보다 유리하다는 것이다. 선수들은 스킵 동작을 유지한채 그라운드를 시계방향으로 돌면서 상체는 오른쪽으로 회전을 하게 돼 도루에 필요한 상체 회전을 익힐 수 있었다.

여기에 궂은 날씨로 오전 실외 훈련이 어려워진 상황이어서 두산 코칭스태프는 선수단의 분위기 전환도 꾀할겸 미니게임 형식의 훈련을 택했다. 팀 내에서 주루 능력이 가장 빼어난 정수빈과 류지혁이 가위바위보로 각자 팀 선수들을 뽑았다. 승부욕이 둘째가라면 서러운 두산 야수들의 열띤 릴레이가 이어졌고, 마지막 주자가 자기 팀 진영을 향해 몸을 날린 뒤에야 시합이 끝났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