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 팔꿈치를 다쳐 수술대에 올랐다. 고 1때 옆구리 광배근이 찢어져 넉달을 쉬다가 복귀전으로 치른 연습경기 타석에서 상대 투수의 공에 오른쪽 새끼 발가락을 맞아 한 달을 더 쉬었다. 겨우 몸을 추스렸더니 학교 야구부에 투수코치가 떠났고, 6개월 동안 투구를 가르쳐주는 이가 없었다.

두산의 좌완 기대주 김호준(21)은 프로 진출 기로에 놓였던 안산공고 재학시절부터 매번 고비를 만났다. 지난 10일 일본 오키나와 두산 스프링캠프 현장에서 만난 김호준은 “그 때 저를 가르쳐주시는 분이 없어 혼자 애를 쓰긴 했는데, 잘 안됐다”며 “실력 발휘를 해야 할 고3 때 밸런스가 무너지고 투구폼도 망가졌다”고 말했다. 학교 성적도 나쁘지 않아 프로 입단의 길이 멀어지는 것 같았다. 그 때 학교 근처 운동장에서 리틀야구단을 지도하던 코치님이 새로운 길을 열어줬다. 김호준에게 재활과 투구를 가르치는 다른 투수 코치를 소개시켜줬고, 두달간 레슨을 받으며 독립야구단 파주 챌린저스 입단 공고도 알게 됐다. 그의 야구 인생 ‘첫번째 기회’였다.

두산 김호준이 지난 10일 일본 오키나와 두산 스프링캠프 현장에서 인터뷰한 뒤 선전을 다짐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키나와 | 윤승민 기자

두산 김호준이 지난 10일 일본 오키나와 두산 스프링캠프 현장에서 인터뷰한 뒤 선전을 다짐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키나와 | 윤승민 기자

2017년 파주의 창단 멤버가 된 김호준은 꾸준한 가르침 속에 새로이 프로 투수로서 몸을 만들어갔다. 두산과의 연습 경기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고, 그 경기에 함께 등판한 투수 현도훈과 함께 그해 8월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해에는 두산 2군의 마무리로 나서 4승1패, 5세이브4홀드, 평균자책점 3.30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그리고 두산에서 맞은 두번째 스프링캠프는 1군과 함께 보내게 됐다.

김호준은 “마무리 캠프에서 컨디션이 좋지 않아 1군 캠프 합류는 기대하지 못했다”고 했다. 다만 지난해 8월 1군 코칭스태프 앞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던 게 통하지 않았을까 짐작할 뿐이다. 아시안게임 휴식기를 맞아 김호준은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2군과의 연습경기에 구원등판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과 1군 코치들의 눈 앞에서 김호준은 1이닝 동안 세타자를 완벽히 막았다. “공 12개 중 스트라이크가 9개 였고, 첫 타자 외야 뜬공 이후 삼진을 두 번 잡았다”고 할 정도로 그 때의 기억이 또렷했다.

그 ‘두번째 기회’를 통해 김호준은 가능성을 인정받아 1군 캠프에 합류했고, 캠프에서 두산의 ‘좌완 비밀병기’로 떠올랐다. 올해는 아직 타자들을 상대로 투구를 해본 적은 없지만, 불펜에서는 최고 구속 147㎞를 뿌리는 빈도가 지난해보다 이번 캠프에서 더욱 늘었다. 김호준은 “지난해 11월까지 23세이하 세계 야구선수권 대회에 대표팀 멤버로 뛰면서 폼이 많이 무너졌다. 그러나 이후 어깨 및 코어근육, 고관절 등 약해진 부위를 보완했고 효과가 좋은 것 같다”고 했다. 몸만들기의 효과가 좋았는지 지난해 이맘 때보다 공이 더 잘 들어가는 기분이라고 했다.

내심 선발을 목표로 삼고 있지만, 김호준은 당장 두산 불펜의 핵심 좌완으로 제 몫을 하고 싶다는 꿈을 꾸고 있다. 원주 일산초 선배이자 같은 왼손투수인 1군 마무리 함덕주로부터 많은 조언을 듣는다고 했다. 체인지업이 주무기인 함덕주와 달리 슬라이더와 포크볼을 익힌 김호준은 위기 상황에서 빠른 공으로 타자들을 돌려세우는 매력에 빠졌다. 김호준은 “1군 실전 마운드에 오르면 불펜에서보다 떨릴 것 같기도 하지만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눈도장을 찍고 싶다”며 다가올 ‘세번째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