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시즌 KBO리그의 가장 큰 변화는 공인구라 불리는 ‘단일 경기 사용구’의 반발계수 하향이다. KBO리그는 지난해 12월21일 규칙위원회 결과를 발표하며 KBO리그 공인구의 반발계수를 0.4134~0.4374에서 0.4034~0.4234로 낮췄다고 밝혔다. KBO는 반발계수 하향의 이유로 국제대회 경쟁력 강화와 지속되는 타고투저 현상 완화를 들었다.
지난 1일부터 시작된 KBO리그 스프링캠프에서는 바뀐 공인구 적응이 1차 숙제로 떠올랐다. 반발계수를 떨어뜨리면서 공의 지름을 1㎜ 키웠다. 실밥(솔기)의 높이는 낮췄고 대신 넓어졌다. 미국, 일본 등에서 사용하는 공과 비슷한 스타일로의 변화다.
캠프에서 공을 던지기 시작한 투수들은 일제히 “공이 커졌다”고 입을 모았다. LG 임찬규는 “공이 좀 커졌다는 느낌이다. 직구를 던질 때는 다른 느낌이 없는데 변화구를 던질 때 커졌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롯데 송승준 역시 “다소 큰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김원형 두산 투수코치도 “공이 커졌고 실밥이 넓어졌다. 손이 작은 선수들에게는 공이 커진 점이 조금 부담스러울 수 있다. 속구를 던질 때 공을 손으로 감싸쥐는데 조금 애를 먹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커진 공의 크기는 적응이 필요하지만 실밥의 변화는 변화구를 효과적으로 만들 가능성이 점쳐진다. KT 이강철 감독은 “손이 크고, 변화구가 좋은 선수들이 다소 유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두산 유니폼을 입고 10일 첫 불펜피칭을 한 배영수는 “내 손이 작아서 적응에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다”면서도 “실밥이 커진 점은 변화구 투수들에게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두산 유희관은 “변화구 던질 때 손끝에 걸린다는 느낌이 든다”면서 “내게 또다른 기회가 생긴 것 같다. 변화구와 제구로 승부한다면 나같은 투수들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반발력 하향 조정이 타구 비거리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미지수다. 새로 바뀐 공의 공급 문제 때문에 구단들은 스프링캠프 초반 충분한 숫자의 공을 확보하지 못했다. 적응이 급한 투수들이 먼저 새 공을 사용하고, 타자들은 예전 공으로 타격훈련을 하는 중이다. SK 최정은 “아직 때려보지 않아 얼마나 덜 날아가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공이 커졌고, 실밥이 낮고 넓어졌다. 새 공이 리그를 어떤 방향으로 바꿀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변화구의 움직임을 좋게 만드는 일이 항상 투수들에게 유리할 수는 없다. 타자들의 스윙 궤적이 장타를 위한 어퍼 스윙을 지향하는 흐름 속에서 메이저리그는 ‘하이 패스트볼’을 돌파구로 삼고 있다. 공이 커지고 실밥이 낮아진 점은 속구의 위력을 오히려 떨어뜨릴 수 있다.
낮아진 실밥이 거꾸로 비거리를 늘릴 가능성도 있다. 2013년 연구에서는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가 사용하는 공의 실밥이 낮아졌을 때 잘 맞은 홈런성 타구의 비거리가 평균보다 20피트(약 6m) 더 날아간다는 결과를 얻었다. 반발력 하향은 공 안에 넣는 ‘코어’의 변형을 통해 이뤄지는데 코어의 변화가 실제 비거리에 미치는 영향은 복잡하다. 공의 움직임과 관련된 유체역학은 워낙 복잡해 현대 물리학이 해결하지 못한 숙제로 평가받는다.
메이저리그는 지난해 5월 일리노이 대학 앨런 네이선 교수 등 미국내 유수 과학자들로 구성된 위원회의 메이저리그 홈런 증가 이유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84쪽짜리 보고서 역시 “홈런과 비거리가 늘어났지만 뚜렷한 이유는 밝히지 못했다”고 결론 내렸다. KBO리그의 새 단일구 역시 아직은 길을 알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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