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이 간호사법 등 7건을 본회의 직접 회부하는 법안에 관해 무기명 투표를 하고 있다. 사진은 국민의힘 간사인 강기윤 의원이 투표하는 모습. 연합뉴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간호법 제정안, 의료법 개정안 등을 본회의에 직회부해달라고 요구하기로 의결한 것을 두고 여야가 대립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법제사법위원회를 무력한 폭거”라며 직회부를 주도한 야당을 공격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상임위원회를 통과했음에도 법사위가 최장 721일간 심사를 끌고 있는 안건을 직회부한 것이라며 오히려 법사위의 “월권”을 비판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전날 법안을 7건이나 본회의에 직회부하는 폭거를 저질렀다”며 “상임위 곳곳에서 쟁점법안 직회부를 시도하는 70년 헌정사에 유례없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위는 9일 간호 인력의 자격 인정 기준과 업무 범위를 규정한 간호법 제정안, 강력·성범죄 등 혐의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한 의료법 개정안 등 국회 법사위에 장기간 계류된 법안 7건을 본회의에 부의해달라고 요구하기로 표결을 거쳐 의결했다. 국회법 86조 3항은 법사위가 각 상임위에서 통과된 법안을 이유 없이 60일 이내에 체계 자구심사를 마치지 않으면 소관 상임위가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본회의 부의를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한마디로 법사위를 완전히 무력화하고 허수아비 만드는 것”이라며 “이런 식의 폭주를 일삼는다면 국민들은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을 소수정당으로 전락시키고 민주당의 권한을 완전히 박탈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주당의 법사위 무력화, 민주 없는 민주당의 의회 운영에 국민의 이름으로 강력히 경고한다”며 “선거법, 부동산법, 공수처법 등이 지금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보기 바란다”고 밝혔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날 직회부 의결된 법안들이 “모두 복지위 전체회의에서 여야가 합의처리했으나 법사위에 회부되고선 법안 심사에 진척이 없던 것들”이라며 “간호법은 269일, 노인복지법과 장애아동복지지원법은 283일, 감염병예방법은 604일, 의료법은 721일 동안 법사위에 잡혀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의힘 의원들도 모두 표결에 참여했고 일부는 직회부에 찬성까지 했다”고 말했다. 실제 표결에서 7건의 법안은 각각 복지위원 24명 중 16~17표 이상의 찬성표를 받았는데, 야당 의원 15명이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고 가정해도 여당 의원 최소 1~2명은 찬성한 것이다.

 

전날 직회부 결정은 초과생산된 쌀의 정부 의무 매입·격리를 규정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본회의로 직회부됐던 상황과도 다르다. 당시에는 양곡관리법이 법사위 표결 후 60일이 막 지난 시점에서 본회의 직회부 표결이 시작됐고, 여당 의원들이 반발하면서 야당 및 무소속 의원들만 농해수위 표결에 참여했다.

 

박 원내대표는 “앞으로도 민주당은 법사위의 월권 행사는 국회법에 따라 저지해서 ‘민생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는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다만 여당에서 제기하는 ‘입법 독주’ 및 ‘이재명 방탄’ 프레임은 여전히 민주당에 부담으로 남아있다. 민주당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담은 방송법이 법사위 계류 60일을 넘겨 이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본회의에 직회부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심사 중인 노란봉투법도 상임위 처리 후 법사위에서 막히면 직회부를 검토하고 있다.

 

김윤철 경희대 교수는 “법사위가 정당한 이유 없이 법안 논의를 미뤄오기만 했다면 비판할 소지는 있다”면서도 “민주당이 협의하기 보다 입법 성과를 내기 위한 방법을 택한 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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