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표 경매 사상 최고 낙찰액 기록이 바뀌었다.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소더비 경매에서 남미의 영국령 가이아나(현 가이아나 공화국)에서 발행된 ‘1센트 마젠타 우표’가 익명의 수집가에게 950만달러(약 97억원)에 낙찰됐다고 NBC방송 등이 전했다. 이 우표의 크기는 가로 2.5㎝, 세로 3.2㎝이며, 우표에는 ‘1856년 4월4일’자 소인이 찍혀있다.

이 우표는 공식 우표가 아닌 임시 우표로, 당대 발행된 같은 종류의 우표 중 전세계에서 단 한 장 남은 것이다. 당시 가이아나는 영국 본토에서 발행한 우표를 배편으로 전달받아 썼다. 폭풍우로 배가 도착하지 않아 우표 공급이 끊기면, 가이아나는 공식 우표와 비슷한 임시 우표를 만들어 썼다. 경매에 나온 우표는 공식 우표와 같은 자홍색(magenta) 종이 위에 지역 신문사에게 인쇄를 의뢰해 만든 것이다. 모양새가 조잡한 이 우표의 정확한 발행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희귀함 때문에 수집가들 사이에서 이 우표는 ‘우표계의 모나리자’로 불리며 비싼 값에 팔려나갔다.



우표 경매 사상 최고액 기록을 세운 임시 우표 ‘마젠타 우표’(위)와 마젠타 우표의 모델이었던 당시 영국령 가이아나 공식 1센트 우표  |경향신문 자료사진



여러 수집가의 손을 거친 뒤 이 우표는 1922년 유명 우표수집가 아서 하인드가 사들였다. 당시 거래액 3만5000달러는 우표 경매가격 신기록이었다. 1986년에는 미국의 백만장자 존 듀폰이 이를 93만5000달러에 사들였다. 듀폰은 그가 후원하던 미국 레슬링선수 데이비드 슐츠를 1996년 총으로 쏴서 숨지게 했고, 30년형을 선고받아 수감생활을 하다가 2010년 사망했다.

주인을 잃자 우표는 또다시 경매 시장에 나오게 됐다. 지난 3월 영국 런던 우표연구사회에서 진품 인증을 받은 뒤 마젠타 우표는 경매 사상 역대 최고액에 낙찰되리란 예상을 받았다. 1000만달러(약 102억원) 이상이라는 예상가격과는 달랐지만, 결국 마젠타 우표는 가뿐히 역대 최고가 경매 기록을 넘어섰다. 이전 최고 기록은 공식 우표와 다른 색으로 인쇄됐던 스웨덴 3실링 우표의 1996년 낙찰가 230만달러였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