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미국이 공식 핵 협상을 앞두고 이례적으로 공개 양자 회담에 나선다.

양국은 오는 1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이란-주요 6개국(P5+1·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독일) 핵협상에 앞서 9~1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사전 조율에 나선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윌리엄 번스 국무부 부장관, 웬디 셔먼 정무차관 등이 나서고, 이란에선 압바스 아락치 외교부 차관 등이 참석하기로 했다.

양국은 지난해 11월24일 제네바 잠정 합의에 앞서 비공개 접촉을 수차례 가진 적은 있다. 그러나 잠정 합의 이후뿐 아니라 최근 몇 수십년간 핵 문제로 양국이 공식 회동에 나선 적은 없었다고 AFP통신이 8일 보도했다.

각국 대표들이 2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협상 타결 후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교장관, 귀도 베스터벨레 독일 외교장관, 캐서린 애슈턴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 왕이 중국 외교부장,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 로랑 파비우스 프랑스 외교장관.  제네바 | AP연합뉴스



이란과 미국 모두 잠정 협상 시한인 오는 7월20일 전에 포괄적인 최종합의에 나서려는 분위기다. 양국 다 핵협상을 시한 내에 마무리 해야할 정치적 동기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외교 성과를 낼 필요가 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전향적인 핵 협상 태도에 반기를 드는 보수 진영의 목소리가 신경쓰이는 상황이다.

다만 양국의 견해차가 작지 않은 데도 협상 시한이 짧다는 것이 문제다. 이란의 우라늄 농축 수준을 어느 정도로 허용할지, 대(對)이란 제재를 언제 어떻게 해제할지가 협상의 쟁점이다.

이란은 미국과의 회동 뒤 오는 11~12일엔 이탈리아 로마에서 러시아 측과 만나기로 했다. 이란의 잇단 회동이 남은 핵 협상 진행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Posted by 윤승민